운동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수영, 달리기를 곧잘 하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과목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체육이라고 했다. 엄마는 수학으로 말하는 건 어떠냐 설득하셨지만
난 수학이 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체육을 좋아했다고, 나이 들어 계속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는데 지쳐, 살이 찔 때만 운동한다.
특히 여자들은 더 그렇다. 그놈의 살, 살, 살. 죽을 때까지 숙제 중의 숙제.
그런데 마흔이 넘고 보니, 살보다 더 중요한 것 체력이다. 체력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예전에 그렇게 화를 내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자기가 좀 성질이 꺾였는지, 모든 일에 자연스럽게 화가 덜난다는 말을 했다. 난 말해줬다 " 아니, 체력이 꺾인 거야. 더 이상 화낼 힘도 없는 거지"
그렇다. 체력이 떨어지면 화도 못 낸다. 싸우는 것도 엄청난 체력소모다.
다리를 달달달 떨어가며 출산 후에 필라테스를 오래 했었다. 틀어진 골반이며 잘못된 자세도 많이 잡아줬다. 목이 없기로 유명한데 아 나도 목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살은 죽어도 안 빠졌다. 왜? 먹는 걸 줄이지 않았으니까. 가열하게 운동하고 오면 기똥차게 챙겨 먹었다.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는 거 같았다.
그러다 필라테스를 그만두고 운동을 끊었다. 죽을 것 같았다. 점점 시들해져 가는 몸이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체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운동 안 하는 시간은 사는데 버티기 한판과 같았다.
그야말로 체력을 쥐어짜서 살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니 진짜 살아야 할 것 같아서 1월부터 매일 러닝머신을 시작했다. 달리는 건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이 가뿐하고 다다음날도 가뿐했다.
오히려 살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건강하게. 그래서 지금 6개월이 넘게 꾸준하게 한 달에 15일 이상은
운동을 하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니 가끔 아이와 다투거나 속이상하는 날, 말을 안 듣는 날에도 남편한테
맡기거나 재워두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와, 놀랍게도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이 뛰면서 풀어졌다.
뛰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걸으면서 웃고, 온전히 내 시간처럼 내 루틴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살이 빠진 건 아니다. 예전보다 운동하니 좀 더 살이 붙었다. 하지만 옷은 이전보다 잘 들어가고, 사이즈는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내가 운동을 지켜할 줄 몰랐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살뺄 때나 잠깐 하는 것이 운동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이제 나를 말해주는 거 같아 퍼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운동하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체계적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누구에게 어떤 운동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저 러닝머신, 동네 한 바퀴, 산책도 좋다.
내가 숨 쉴 수 있고 조금이라도 새롭게 내 심장을 펌프질 하게 만드는 운동을 시작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불안 짜증 외로움 혹은 답답함을 조금은 잠시라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잠깐 그 마음을 날리려고 했는데, 나는 어느새 체력도 올라와 몇 가지 일을 분명히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가자. 운동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