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omi Jul 19. 2023

살기 위해 하는 운동

운동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수영, 달리기를 곧잘 하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과목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체육이라고 했다. 엄마는 수학으로 말하는 건 어떠냐 설득하셨지만

난 수학이 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체육을 좋아했다고, 나이 들어 계속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는데 지쳐, 살이 찔 때만 운동한다.

특히 여자들은 더 그렇다. 그놈의 살, 살, 살. 죽을 때까지 숙제 중의 숙제.

그런데 마흔이 넘고 보니, 살보다 더 중요한 것 체력이다. 체력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예전에 그렇게 화를 내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자기가 좀 성질이 꺾였는지, 모든 일에 자연스럽게 화가 덜난다는 말을 했다. 난 말해줬다 " 아니, 체력이 꺾인 거야. 더 이상 화낼 힘도 없는 거지"

그렇다. 체력이 떨어지면 화도 못 낸다. 싸우는 것도 엄청난 체력소모다. 

다리를 달달달 떨어가며 출산 후에 필라테스를 오래 했었다. 틀어진 골반이며 잘못된 자세도 많이 잡아줬다. 목이 없기로 유명한데 아 나도 목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살은 죽어도 안 빠졌다. 왜? 먹는 걸 줄이지 않았으니까. 가열하게 운동하고 오면 기똥차게 챙겨 먹었다.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는 거 같았다. 


그러다 필라테스를 그만두고 운동을 끊었다. 죽을 것 같았다. 점점 시들해져 가는 몸이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체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운동 안 하는 시간은 사는데 버티기 한판과 같았다.

그야말로 체력을 쥐어짜서 살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니 진짜 살아야 할 것 같아서 1월부터 매일 러닝머신을 시작했다. 달리는 건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이 가뿐하고 다다음날도 가뿐했다. 

오히려 살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건강하게. 그래서 지금 6개월이 넘게 꾸준하게 한 달에 15일 이상은

운동을 하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니 가끔 아이와 다투거나 속이상하는 날, 말을 안 듣는 날에도 남편한테 

맡기거나 재워두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와, 놀랍게도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이 뛰면서 풀어졌다.

뛰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걸으면서 웃고, 온전히 내 시간처럼 내 루틴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살이 빠진 건 아니다. 예전보다 운동하니 좀 더 살이 붙었다. 하지만 옷은 이전보다 잘 들어가고, 사이즈는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내가 운동을 지켜할 줄 몰랐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살뺄 때나 잠깐 하는 것이 운동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이제 나를 말해주는 거 같아 퍼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운동하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체계적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누구에게 어떤 운동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저 러닝머신, 동네 한 바퀴, 산책도 좋다. 

내가 숨 쉴 수 있고 조금이라도 새롭게 내 심장을 펌프질 하게 만드는 운동을 시작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불안 짜증 외로움 혹은 답답함을 조금은 잠시라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잠깐 그 마음을 날리려고 했는데, 나는 어느새 체력도 올라와 몇 가지 일을 분명히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가자. 운동하러.  

매거진의 이전글 그저 빠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