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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발라드 Oct 18. 2021

파리 발라드 6. 보주 광장

재능에 대한 생각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보주 광장


파리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인 마레지구를 둘러보고 잠시 쉬어가기 좋은 보주 광장.

 

근처에 맛있는 제과점, 카페도 많아서 오후 커피 타임을 보내기에 딱 알맞은 장소다.


16세기 앙리 4세의 명으로 지어졌던 원래 명칭 '로얄 광장 Place Royal' 답게 발루아 왕족들이 머물던 공간으로 파란색 지붕, 붉은 벽돌, 하얀 창문으로 구성된 건물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둘러싸인 것이 특징이다. 광장 중앙에는 루이 13세의 동상이 늠름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어 당시 프랑스 왕권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왕족들이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루이 13세 동상을 만나야 했을 테니까)

혁명 이후 세금을 징수한 첫 지역, 보주 Vosges의 명칭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는데 지금은 많은 갤러리들이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보주 광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집이 있기 때문이다. 광장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그의 아파트가 나온다. (심지어 무료입장! 단, 특별전은 유료)


빅토르 위고가 1832년부터 1848년까지 16년 동안 머물었던 곳으로 여기서 시집 <명상>을 집필하고 영감을 받으며 레미제라블과 같은 명작의 초안을 그려냈을 것을 생각하면 보주 광장의 매력은 더욱 배가된다.


그가 깊은 사색에 잠겼을 창가에서는 보주 광장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그의 취향이 드러나는 중국식 가구와 도자기, 그림으로 꾸며진 색다른 방도 만날 수 있으며 그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을 공간을 보면 괜히 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그가 쓴 자필 편지와 취미 삼아 그린 데생은 얼마나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데 그 순간 도착하는 서재 그리고 그의 책상을 보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만약 그가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사용했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었을까.


기득권에 대항하여 불합리함을 고발하던 지식인으로 그가 써 내려갔던 소외되고 억압받았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노력과 열정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을 발한다.

19세기에 쓰인 소설 속 현실이 지금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누군가 그의 글을 읽고 용기를 받아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외치고 있어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에게도 어떤 재능이 있다면 혹은 재능이 없더라도 용기는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 타인과 함께 어우러져 나갈 수 있는 그 용기를 마음속에 품고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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