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간
본래에는 이름과 같이 룩셈부르그 공작의 소유지였으나 이후 마리 드 메디치가 구입하며 변화가 시작된다. 새로운 주인 마리 드 메디치는 암살당한 남편 앙리 4세와 함께 머물었던 루브르 궁전의 허전함을 대신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온 측근들이 모여있는 센 강 서쪽, 이곳 룩셈부르그 궁에 자리 잡아 자신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여 그리운 고향 이태리 르네상스 스타일의 공간을 만들었다.
성은 피렌체 피티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재건축되었고 공원은 근처 대로와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크게 확장되었으며 갤러리에서는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 인생을 그린 24점의 작품이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마 전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 유튜브에서 건축물이 4차원인 이유는 우리가 그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기억난다. 아마 이 룩셈부르그 공원 또한 우리 모두 각자의 경험과 추억이 녹아있는 그런 4차원의 공간일 것이다.
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5년 전 함께 프랑스어를 공부했던 태국 친구, 마니와 함께 바이올렛 꽃 디저트를 먹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오늘보다 날은 따뜻했으며 이만큼 날씨가 좋았다. 특히 공원에 핀 빨간 개양귀비가 하늘거리는 모습이 룩셈부르그 궁전을 더 돋보이게 하는 완벽한 액자가 되던 그런 날이었다.
지금은 마니가 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이번엔 잊지 말고 꼭 연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