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파리
6. 프랑스 워킹홀리데이_연애의 시작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J와는 출국 전 간간히 메일을 주고받으며 지냈는데 어쩌다 집을 구하기 전까지 J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첫인상도 조금 남달랐다. 나는 14시간 비행으로 꾀죄죄한 모습이었고 J는 얼마 전 다리를 접질려 목발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도착하자마자 J는 나를 샤틀레 역 근처 라이브 바로 데리고 갔다. 파리에서 가장 깊은 역 중 하나인 샤틀레가 당시 한창 공사 중이라 무거운 이민 가방을 들고 내리는데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곳은 요일마다 다른 락밴드가 연주하는 바였는데 그가 친구들과 자주 오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체리 맥주를 그는 하우스 맥주를 하나씩 시키고 음악을 들으며 어색함을 풀었다.
이후 J네 집에 도착했을 때 그의 부모님은 프랑스 인사법 비쥬(볼뽀뽀)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익숙지 않은 인사가 조금 어색했지만 그들의 환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한국에서 챙겨 온 선물을 급하게 꺼냈다. 나름 한국적인 선물이 좋을 것 같아 작은 도자기와 매듭 장식을 준비했는데 두 분 모두 한국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는 눈치였다.
나는 비어있는 방을 사용했다. 책상 하나와 침대 하나가 있는 아담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방이었다. 시차와 걱정으로 잠을 설칠 법도 한데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첫날 아주 푹 꿀잠을 잤다. 아침에는 다 함께 빵과 우유, 오렌지 주스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아버지와 J는 바로 출근 준비를 했다. 꼭 티브이로 보던 외국 가정집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 8시가 되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신선한 샐러드와 바게트, 육류 또는 어류 요리가 준비되었고 후식으로 물론 다양한 치즈와 과일이 연이어 나왔다.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나면 J와 함께 테라스에서 하늘을 구경하거나 J의 기타 연주를 들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 즈음, J가 나에게 듣고 싶은 곡을 물었다. 그때 나는 망설임 없이 영화 Once의 ost 'Falling slowly'를 요청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은연중 튀어나온 내 무의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곳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나는 집을 구했고 곧 이사 준비를 했다. 마지막 날, J와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날이 따뜻하고 볕이 밝은 날이라 공원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즐거움 가득한 웃음소리가 잔잔한 바람을 타고 흘렀다. 우리는 비어있는 큰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았고 그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