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4. by 띤떵훈
산이로 본 국내 젠더감수성
by 띤떵훈
MBC ‘타켓:빌보드-킬빌’(이하 ‘킬빌’)이 래퍼 산이의 무대에서 ‘I♥️몰카’ 문구를 띄운 장면을 방송해 논란인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방통심의위)는 해당 프로그램 방영분에 100건 넘는 민원을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15일 미디어오늘에 “MBC 예능프로그램이 산이의 무대에서 ‘I♥️몰카’ 문구를 띄운 방영분을 두고 1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래퍼 산이는 MBC ‘킬빌’ 1월31일 방영분에 출연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신곡 ‘워너비 래퍼’ 공연을 했다. 공연 중 산이가 “여잘 왜 혐오해(no no no), ‘아임 페미니스트(I’m feminist)’”라는 소절을 부르자 무대 뒤쪽 스크린 양쪽에 ‘I♥️몰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방송 다음 날인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60여 건의 항의 게시글을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올렸다. 시청자들은 “정중한 사과방송 해라” “공중파 예능 맞나” “프로그램에 민원을 제기한다” 등의 의견을 썼다.
[미디어오늘/ 16/ 02/ 2019] 산이 ‘I♥️몰카’ 논란 MBC ‘킬빌’ 심의민원 폭주
문화방송은 14일 저녁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빌> 공식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려 “공연 중 ‘I♥몰카’란 표현이 1초간 무대 배경에 노출되었다”며 “제작진이 사전 시사를 하였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된 점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다”고 했다. 또 15일 저녁에는 킬빌 제작진이 “해당 장면에 대해 재차 확인한 결과, 논란이 된 문구는 화면 편집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후속 화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였음이 확인”되었으며 “산이씨 측이 준비한 배경화면에는 ‘I♥몰카’ 부분에 붉은 X자 표시가 되어있었으나, 카메라 샷이 바뀌면서 X자가 표시된 화면이 방송 화면에 노출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티스트의 표현 의도가 화면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게 되었다”며 “산이씨와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한겨례/ 15/ 02/ 2019] MBC, 산이 무대 ‘I♥몰카’ 오락가락 사과
띤떵훈: 래퍼 산이가 여성 혐오로 또다시 이슈가 됐습니다. 킬 빌이라는 예능에서 한 무대 때문인데요. 킬 빌은 힙합 예능입니다. 다양한 힙합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곡으로 경연하는 시스템입니다. 최근 에피소드에서 방송은 산이의 공연을 다뤘습니다. 이때 무대 뒤 전광판에 I ♥️ 몰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네티즌과 언론은 일제히 래퍼 산이를 비난했습니다.
방송사의 편집이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산이의 의도와 반대되는 연출이었습니다. 방송사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산이에게 사과했습니다. 오해는 풀렸지만, 산이를 향한 페미니스트들의 차가운 시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산이는 지난 몇 달간 본인의 SNS와 유튜브에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글과 영상을 올렸습니다. 다소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던 네티즌들은 발 빠르게 그의 무대 연출의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고 지적했습니다. 래퍼 산이의 그간의 행적을 돌아보며, 젠더 이슈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알아보겠습니다.
산이와 젠더 이슈
띤떵훈: 산이는 2008년도에 인터넷에 등장, 재기 발랄한 가사와 탄탄한 발성으로 힙합 팬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습니다. 같은 시기, 그는 JYP 소속 연습생이 됐습니다. 준비 기간을 거쳐 2010년 메이저 데뷔를 했습니다. 그 뒤로 한 여름밤의 꿀, 나쁜 X, 뭐 해 등의 곡을 발표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활동하며 몇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작년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수역 폭행 사건의 동영상을 본인 SNS 계정에 올리면서부터입니다.
1. 이수역 사건
래퍼 산이(San E)가 SNS에 ‘이수역 폭행 사건’ 영상을 게재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산이는 15일 페이스북에 “이수역 사건 새로운 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약 1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은 남녀가 욕설을 주고받으며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으며 앞뒤 상황이나 동영상의 편집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누군가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을 올린 데다, 한쪽의 입장만 담은 악의적 영상이라는 것이다.
이 영상은 15일 오후 4시 기준 조회수 8만뷰, 좋아요 2300개, 댓글이 1000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거 올리면 안 돼…” “악의적 편집이다” “피해자 측에서 2차 가해 고소를 예고했다”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법 촬영물로 2차 가해하는 래퍼 ‘산이’의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국민일보/ 15/ 11/ 2018] 산이, 이수역 폭행 사건 ‘2차 가해’ 논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2. 공연장 사건
자신의 곡 ‘페미니스트(Feminist)’로 ‘여혐 논란’을 빚은 래퍼 산이가 이번에는 콘서트에서 “페미니스트는 정신병” 등과 같은 혐오 발언을 해 다시 한 번 비판을 사고 있다. 산이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브랜뉴이어 2018’ 콘서트에서 “제가 여기 오신 워마드, 메갈 너희들한테 한마디 해주고 싶은 건 아이 돈트 기브 어 xx(I Don't give a fuxx).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no) 너네 정신병”이라고 외쳤다. 에스엔에스(SNS)에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관객으로부터 ‘산이야 추하다’라고 적힌 인형을 받아든 산이는 “이런 거 던지는 분들,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겨례 / 03/ 12/ 2018] 래퍼 산이, 이번에는 콘서트에서 “페미니스트는 노, 너네 정신병”
3. 페미니즘/웅앵웅 곡 발표
래퍼 산이(정산·33)가 SNS를 통해 신곡 ‘웅앵웅’ 발표를 예고하며 워마드와 메갈을 저격했다. 산이는 3일 인스타그램에 “#쿵쾅쿵 이제 곧 그분들이 몰려옵니다. #웅앵웅 오늘 밤 유튜브 최초 공개”란 글을 게재했다. “워마드, 메갈은 사회악이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는 ‘2018 브랜뉴뮤직 콘서트 영상’도 편집해 함께 올렸다. ‘웅앵웅’ 티저로 보인다. 산이가 쓴 ‘쿵쾅쿵, 그분들이 몰려온다’는 극단적인 여성우월주의자들을 온라인상에서 조롱할 때 쓰이는 문장이다. 여성 혐오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발표할 신곡 ‘웅앵웅’도 온라인 유행어다. 원조는 ‘웅앵웅 쵸키포키’로 할 말이 없을 때 ‘아무 말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감탄사로 사용됐다. 하지만 일부 여초 사이트에서 ‘여성을 가르치려는 남성’을 무시하는 용어로 쓰기 시작해 남성을 혐오하거나 비하하는 의미로 변질됐다.
[국민일보/181203] 래퍼 산이 “쿵쾅쿵, 그분들이 몰려온다”… ‘웅앵웅’ 워마드·메갈 디스곡?
띤떵훈: 우리 사회에 여성 혐오가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여성이, 후자는 남성의 비율이 높습니다. 산이가 페미니스트라는 곡의 내용을 해명하기 전까지 남초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다수의 남성들은 그 가사에 나오는 몇몇 대목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ucking fake fact
이걸 내가 만들었어? 내가 그랬어?
-페미니스트
야, 나 두번 말 안할게 나 절대 여성 혐오 안해 자, 제발 줄래 증거 한개? 라도 아무말 못해 한 적 없기에 메갈 빼애액
- 웅엥웅
다수의 남성은 역차별의 피해자임을 호소합니다. 유명 연예인이 본인의 심경을 대변해줬을 때 환호로 응답했습니다. 여성은 반대로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주장합니다. 산이의 곡은 여러 비판을 불러왔고, 그는 본인의 SNS 계정에 해명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는 페미니즘을 이용해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남성을 비판하는 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곡 '웅엥웅'에서 그의 젠더 이슈에 관한 아쉬운 인식이 드러납니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던 지난 11월 15일, 래퍼 산이(San E)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그의 신곡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보는 듯했다.
그리 불공평하게 자라지도 않았는데 권리는 외치면서 군대는 안 가고 데이트할 때 돈은 남자가 더 내게 하는 존재,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도 합의 아래 관계를 갖고 할 거 다 하면서 '미투'를 외치는 존재, 자기만족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아놓고도 브래지어 차지 않고, 머리를 짧게 자른 것으로 진보적 여성이라고 믿는 존재.
그와 동시에 자신은 믿을 만한 페미니스트, 괜찮은 페미니스트라며 서열을 나누고, '여성을 혐오하지 않지만,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슈에 편승해 철저히 한 입장만을 표방한 가사로 오히려 성별 갈등을 부추김에도 '난 괜찮으니 날 믿어'라 외치는 가사는 퍽 괴상한 모순이었다.
[오마이뉴스/ 27/ 11/ 2018] 산이의 우스꽝스러운 '페미니스트' 선언, 더 무서웠던 건
띤떵훈: 여성 혐오 무대 연출의 책임 소재와 래퍼 산이의 행적을 살펴봤습니다. 주제에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국내에 첨예한 젠더 이슈를 언급합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파생된 메갈리아는 래디컬 페미니스트 단체를 자처했습니다. 일베가 자행하는 여혐을 미러링 하며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과 여성 혐오를 지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갈등과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은 한편, 성차별에 소리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산이의 여성 혐오 발언에 문제의식을 갖고 신속히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좋은 예입니다.
정리하면,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소위 꼴페미, 메갈)을 나누는 부분엔 비난의 소지가 있습니다. 페미니즘에 이해가 배제된 상황에서 한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맥락을 무시한 채 본인의 경험과 감정을 근거로 건강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이라는 구분을 짓고, 몇몇의 극단적 행동을 페미니즘 전체의 보편적 행동양식으로 편집해 비판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그에게 급진적 페미니즘은 아버지를 욕하고, 모든 한국 남성을 맹목적으로 조롱하는 비상식적 행동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는 나쁜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특정 인물들의 과격한 행동을 문제 삼아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혐오와 차별의 전제입니다. 페미니즘의 우열을 나누기, 좌좀, 페미 코인 등의 단어 사용은 또 다른 혐오를 생산합니다. 여기서 혐오를 멈추라 주장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결국 안건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끊임없는 비난의 원인이 된 것이죠.
위 논란은 젠더 이슈를 향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킵니다.
by 띤떵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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