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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ol Sep 27. 2022

깊은 슬픔 한 가운데, 황홀한 아름다움 -닉 드레이크

음악, 영화, 소설 with 와인

깊은 슬픔 한 가운데, 황홀한 아름다움



<Five Leaves Left> Nick Drake / 1969

너무 일찍 인생을 알아버린 젊은 영혼, '닉 드레이크(Nick Drake)'. 그의 첫 번째 앨범 <Five Leaves Left>에는 주옥 같은 곡들이 가득하다. 1969년 작품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감성과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그의 가사는 언제나 듣는 이를 황홀하게 만든다. 음유시인, 어쩐지 진부해져 버린듯한 이 단어는 현재 포크 가수들을 일컫는 칭호로 곧잘 쓰이곤 한다. 원래는 '중세 유럽에서 여러 지방을 떠돌아다니면서 시를 읊었던 시인'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음유시인'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는 '닉 드레이크'이다.


그의 뛰어난 명반 <Five Leaves>를 단순히 포크 음악으로 분류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포크와 클래식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닉 드레이크의 기타 연주와 힘을 뺀 목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풍경처럼 아우르고 있는 현악기 사운드가 빈 곳 없이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운 것은 때때로 슬픔을 주고, 깊은 슬픔의 한 가운데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슬픔과 아름다움은 맞닿아 있다. 닉 드레이크의 음악들이 지독히도 아름답게 들리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전설적인 앨범이 되었지만 당대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26세 때 항우울제 과다 복용으로 요절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세 장의 앨범은 분명,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닉 드레이크의 음악을 들으며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바롤로 와인을 즐겨보면 어떨까? 바롤로 와인은 탄닌과 산도가 강하게 개성을 드러내는 포도 품종 '네비올로(Nebbiolo)'로 만들어진다. 잘 만들어진 바롤로에서는 신선함과 탄닌의 조화가 주는 우아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장기숙성용으로 알맞은 바롤로 와인 한 잔과 닉 드레이크의 서정성이 만나면 서로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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