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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ol Sep 27. 2022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추한 것의 얼굴은 하나

음악, 영화, 소설 with 와인

영화 <그녀에게> 사운드 트랙 / 영화 포스터 2003년 작품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추한 것의 얼굴은 하나


어떤 영화는 시간이 흐른 후, 스토리보다 음악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내게는 스페인의 거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의 2003년 영화, <그녀에게(Hable Con Ella)>가 그렇다.

'스페인의 악동'이라고 불리며 도발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온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와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Alberto Iglesias)의 음악은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오며, 영화 <그녀에게>에서 절정을 이룬다. 알모도바르의 화려하고 키치적인 스타일 사이로 스페인 고유의 정서를 담아낸 이글레시아스의 음악은 영화의 스토리에 깊이를 더하며 더욱 풍성하게 영화와 조응한다.


<그녀에게>는 마르코와 리디아, 베니그노와 알리샤 라는 네 남녀의 사랑과 우정, 관계와 고독 등을 담고 있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감독은 함부로 가치판단 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한다. 질문을 받은 관객은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는 그저 보여준다. 일방적 사랑이 가진 폭력성에 대해, 상호작용이 없는 지극한 순수의 감정에 대해, 비참한 동시에 시간성을 뛰어넘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가장 추한 것과 가장 아름다운 것이 공존하는 알모도바르의 세계는 윤리적 판단을 조금만 유보하면, 깊이를 가진 다채로운 이야기로 변모한다.


<그녀에게>를 본 많은 이들이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손꼽는 씬(Scene)은 마르코와 리디아가 함께, 카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Cucurrucucu Paloma(쿠쿠루쿠쿠 팔로마)'를 듣는 공연 장면일 것이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뮤지션 카에타노 벨로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이승을 떠난 이후에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눈물 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 역시, 영화의 줄거리와 함축적으로 결부된다.




슬픔에 잠겨 있는 마르코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와인을 그에게 한 잔 권하고 싶다. 바로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Rivera del Duero)' 지역에서 만든 템프라니요 와인이다. 스페인의 가장 뛰어난 와인 산지로 알려져 있는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템프라니요 품종은 스페인 다른 지역의 템프라니요보다 더욱 파워풀하고 진한 과실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달콤한 검은 과일 향과 그을은 흙내음이 올라오는 템프라니요는 신선하면서도 힘찬 기운을 가지고 있어, 마르코에게 다시 살아갈 힘과 다시 사랑할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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