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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ol Oct 22. 2022

붉은 목소리, 빌리 아일리시



2021년에 발매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정규 2집 앨범이다. 2019년 앞서 발매된 그녀의 1집 앨범은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괴한 앨범 커버와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는 그저 덤이었고, 힘을 뺀 듯 흐느적거리며 속삭이는 창법, 독특한 사운드와 솔직한 가사, 오버사이즈 패션 등 모든 매력을 더해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빌리 아일리시만의 독보적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이는 202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주요부문 5개를 석권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녀의 음악은 반항적이면서도 깊은 우울을 담고 있지만 무대 위의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해 보인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대담하고 발칙한 상상과 가장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약한 모습의 빌리가 단 두 장의 정규 앨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2집 앨범에서의 그녀는 이제 자기 자신과의 불화를 넘어서 자기 긍정의 단계로 한 발자국 나아간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빌리의 음악은 그녀 자신의 날개를 빌어, 어디로든 날아갈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듣다 보면, 포르투갈의 루비포트와인이 떠오른다. 진한 레드 색의 루비포트와인은 젊고 생생하면서도 강한 개성을 가진 그녀의 음악과 닮아 있다. 체리 등의 레드 베리 과실류의 풍미와 달콤한 동시에 묵직한 알코올 도수(15%~22%)까지, 루비포트와인의 매력은 빌리의 음악처럼 복합적이다. 


포르투갈의 도우루 강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은 루비, 토니, 빈티지 등의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되는 블렌드 와인이다. 17세기 대항해시대 때 포르투갈에서 영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배에 실었던 와인이 상하는 바람에, 브랜디를 타서 알코올 도수를 높임으로써 장기 숙성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 오늘날 포트 와인의 시작이었다.


특별한 안주 없이 디저트 와인으로 루비포트와인을 즐기며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함께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가을밤의 휴식을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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