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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시 Mar 03. 2020

숨가쁘고 긴장된 시샘달

2020년 2월

3월이 시작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고작 하루 이틀 모자랄 뿐인데 훨씬 짧고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이 일기를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시작한 일



취향관 여덟 번째 시즌


지난 달에 큰 맘 먹고 가입한 모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매일 저녁 다양한 살롱이나 모임이 열리지만, 평일에 퇴근하고 가기에는 도무지 엄두가 안 나서 주말에만 가끔 참석 중이다.

최근에는 시즌 내내 진행하는 단편영화 워크샵에 참여 중이다. 

원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영화를 만들어 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쓴 시나리오가 제작에 들어갈지는 모르지만, 써보지 않던 류의 글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또,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있노라면 이름도 모르는 타인의 감성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새로 생긴 취미에 꽤나 진심을 담아 탐구중이다.



집 구하기


이사를 해야 할 뻔했으나 은혜로운 집 주인아저씨 덕에 전세 세입자가 되었다.

덕분에 집을 알아보느라 한겨울에 발품 파는 수고를 덜었다. 그뿐인가! 이사 비용이며 중개 수수료며 새로 사야 하는 집기나 가구까지 많은 시간과 돈이 세이브 된 느낌이다.

그리고 대출이란 걸 해보면서 은행에서 큰돈을 빌리는 경험치를 획득했다.
내야 하는 서류의 종류는 10가지 정도였고 직접 사인한 종이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책 한 권쯤 된 것 같다.

절반쯤 사인하고 나니 헛웃음이 나오면서 내가 어디에 사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서비스가 얼마나 진보적이고 미래적이고 혁신적이고 아무튼 짱인지 여러 차례 깨달았다.

이사를 하지 않아서 생긴 장점이 하나 더 있다면, '곧 이사할 지도 모르니까 대충 살아야지' 하던 마음이 '언제 이사할 지 모르니까 깨끗하게 하고 살아야지' 로 바뀌었다는 점.

요즘 매우 자주 쓸고 닦고 광내고 비우며 살고 있는데 뭐하나 버릴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채워질 수가 없다.




소소한 일상



브라이덜 샤워


3월에 식을 올리는 친구의 깜짝 브라이덜 샤워를 무사히 마쳤다.

준비하는 친구들이랑 서로 이런 거 안 해봤다느니 우리랑 안 어울리는 문화라느니 간지러워하면서도 각 잡고 준비했다. 미리 호텔의 인테리어를 파악해서 금빛, 은빛 풍선으로 심플하게 꾸몄는데 친구가 마침 노란 옷을 입고 와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 어울렸다. 

다 같이 그럴싸한 사진도 남기고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툭하면 만났는데, 이제는 미리 이런 '날'을 만들지 않으면 참 만나기 쉽지 않다.

와중에 코로나19 때문에 신혼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친구가 너무 안쓰럽다. ㅅㅊㅈㄱㅅㄲ



재택근무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그토록 바라던 풀 리모트 근무를 2주째 하고 있다. 

원래도 주 1회 원격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오로지 집에서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힘든 점이 많다. 

4일 째쯤 되니까 사무실이 그립다는 생각도 들었다. (출근하자마자 후회하겠지만..)

특히 절실히 깨닫는 부분이 바로 끼니 챙겨 먹기다. 우선, 마트 앱에서도 바로 배송되는 식품이나 물건을 구하기가 어렵고 그마저도 배송이 많이 늦어지기 일쑤다. 

밖은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안에서는 잘 먹고 살려고 여러가지 음식을 해먹고 있는데, 삼시 세끼를 다 해 먹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메뉴 선정부터, 조리와 정리까지…. 주말엔 하루 세끼 밥 해 먹다 끝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번 달부터는 생산성 올리기에 돌입하고자 한다. 뽀모도로 하면서 토마토도 캐고,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원격 근무를 해도 일은 잘만 쌓이고, 쌓여가는 일은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으니 부지런 떨어야겠다.




요새 들어 전에 겪어보지 못한 불안감과 긴장 등으로 온종일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고대하던 4월 콘서트가 취소된 것도, 재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도 모두 애석하다. 

그래도 쳐지지 않으려 애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 만끽할지 모를 봄을 대비해 봄옷도 장만해보고.. 

하루빨리 모두가 마음 편한 외출을 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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