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길 참 잘했다.

할미의 레시피 첫 번째 _ 들깨 미역국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네 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전날은 왠지 설레는 마음에 잠까지 안 와서 늦게 잤는데도 웬일인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미리 간다고 하면 또 하루 종일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실 할머니라, 안동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나서야 전화를 했다. 나름 기다리는 시간을 적게 한다고 출발하고 전화를 했는데도 전화를 받자마자 벌써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신단다. 할머니한테 한 시간 후쯤 다시 전화를 걸어 아예 3시쯤 늦게 도착한다고 했다. 안동에 도착해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해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봤다. 할머니랑 구워 먹을 삼겹살도 사고, 내가 먹을 맥주도 사고, 할머니가 사 오라는 짜장 라면까지!


캐리어 하나와 백팩, 그리고 내 강아지 인형 ‘찹쌀떡’가 든 가방이랑 장 본 거까지 이고 지고 택시를 겨우 잡아 구직 골로 향했다. 구직 골은 안동댐을 지나 안 쪽으로 10분 정도 쭉 들어가면 나오는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성장 한동네이다. 

예전에는 비포장도로에 제대로 길도 없어 아빠 차를 타고 올 때면 낭떠러지에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차에서 자다가도 잠이 확 깼는데, 이제는 도로를 깔끔하게 깔아놔서 오기가 너무 좋아졌다. 하지만 도로만 잘 되어있지 막상 그곳은 아주 작은 구멍가게도 없는 다섯 가구만 사는 아주 작은 동네다.


택시를 본 할머니는 버선발로 뛰어나와서 반겨주셨다.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분이 같이 식사하시고 계셨다. 나도 점심을 안 먹은 터라 국을 한 그릇 떠서 먹었다. 할머니네 집에서 먹는 첫 번째 음식은 ‘들깨 미역국’이다. 많은 미역국을 먹어봤지만 들깨 미역국은 처음이었다. 북어의 시원한 맛과 들깨가 들어 고소하고 아주 담백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미역과 씹히는 맛의 북어가 잘 어울렸다. 할머니의 들깨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한 그릇 뚝딱 먹었다. 할머니네 집에 오길 참 잘했구나.


<들깨 미역국 레시피>

재료 : 살뜨물 7C, 불린 미역 2C, 들깻가루 3T, 북어 1/2개, 할머니네 집간장 2T, 들기름 1/2T


1.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불린 미역을 볶다가 들깨가루를 넣어 잘 섞는다. 

2.    쌀뜨물을 넣고 북어를 넣고 끓인다.

3.    간장은 취향에 따라 간을 맞춰 넣는다.


안동에서의 첫 끼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쑥스러우신지 고개를 숙이신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