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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퇴사하고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

1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한 날, 퇴사 후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일까 고민해봤다.

물론 이직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면 바로 그런 부분을 준비하겠지만, 이직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려고 퇴사를 결심했다.

바빠지기 전(물론 언제 바빠질지는 모르지만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에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봤다.

요리 공부하기, 여행 가기... 뻔한 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프리랜서 준비를 더 탄탄히 하자며 생각을 마무리 지었는데 어느 날 집에 있는데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보고 싶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봄과 겨울, 여름과 가을 이렇게 두 편으로 나왔는데 나는 봄과 겨울만 봤었다.

문득 여름과 가을 편이 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힐링이 필요했던 것 같다.

사람에게 치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이런 영화를 찾게 된다.

챡챡챡 칼로 재료를 써는 소리와 보글보글 끓는 밤 조림, 타닥타닥 소리 말린 고구마를 굽는 소리, 보는 내내 나에게는 너무나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저런 곳에서 정말 잠깐이라도 살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속에 푹 빠져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있을 무렵 번뜩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살면 되잖아! 이제 자유의 몸인데~!!' 못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갑자기 안동에 있는 할머니네 집이 생각이 났다!

프리랜서를 시작한다고 해도 말이 프리랜 서지 반 백수나 다름없는데.. 이럴 때 여유 누려보지 언제 누려봐~


이번 안동의 생활을 계획하면서 2년 전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때도 휴식이 필요했고, 내 커리어에 영감이 될만한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때는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일.

이제는 미루면 정말 다시는 해볼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할머니에게만 배울 수 있는 레시피.

그리고 조용한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

나에게는 분명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될 거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손녀와의 추억을 하나 남겨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안동에서의 생활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1년 전 추석에 할머니에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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