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토마토 파스타와 아포가토
서울에서부터 할머니께 해드리려고 파스타 재료를 가지고 갔다. 나는 오일 파스타를 제일 좋아하지만 할머니는 파스타를 처음 접해보셔서 토마토소스가 드시기 좋을 것 같아 토마토소스를 준비해 갔다.
노란 양은냄비에 끓이는 파스타면이 시각적으로는 생소했지만 나름 느낌 있었다.
면이 다 익어갈 즈음에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마늘 4개를 다져 넣어 마늘 향을 내고, 토마토소스 한 통을 넣고 잘 섞어 익은 면을 넣어 고루 잘 섞어준다. 평소에는 알덴테로 먹지만 할머니에게는 알덴테는 식감이 조금 어색할 것 같아 조금 더 익혔다.
할머니 그릇장에 있는 꽃 접시를 꺼내 파스타를 듬뿍 담았다. 위에 데코 할 야채를 찾다가 엊그제 먹고 남은 유채꽃 잎을 약간 넣어 꾸며주었다. 피클 대신 할머니의 달래무침을 함께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할머니께 드셔 보시라고 했더니 입맛에 잘 맞으시는지 아주 맛있게 잘 드셨다. 할머니께서는 야채가 더 필요하다고 하시며 유채꽃 잎을 더 추가해서 드셨다.
아이가 자장면을 먹듯이 할머니의 입술 주변은 토마토소스가 잔뜩 묻었다.
국수보다 배도 부르고 맛도 좋았다고 하신다. 할머니께서 생에 처음 드셔 보시는 파스타, 생각보다 성공적인 시도였다.
파스타를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을 차례! 시골에 가면 아메리카노가 생각 날 것 같아 모카포트와 원두는 미리 챙겨갔다. 모카포트에 원두를 넣어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마트에서 사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아포가토’를 만들었다. 평소에 아이스크림은 잘 먹지 않지만 아포가토는 커피가 들어가서 카페에 가면 간혹 먹는 편이다. 카페에서 먹으면 기본 오천 원 정도의 몸값을 자랑하지만, 집에서도 이렇게 간단히 먹을 수 있다.
평소 커피라면 맥심밖에 안 먹는 할머니에게 입맛에 맞으시려나 우려했던 나의 걱정과는 반대로 할머니께서는 너무 맛있게 잘 드셨다. 아이스크림에 우유와 크림이 들어가 있어 쓴 에스프레소와 만나도 달달하게 잘 어우러져 맛있는 맛이라 할머니께도 잘 맞았던 것 같다.
오늘 할머니께 준비해드린 요리와 디저트 모두 성공이다.
내가 요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주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이다. 할머니에게는 손녀가 해준 요리를 먹어볼 수 있는 즐거움, 나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할머니께 대접할 수 있는 즐거움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