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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자덕의 사진첩

사진으로 듣는 자전거 덕후들의 이야기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취미로 시작한 자전거가 알려주는

특별하고 멋들어진 순간들을

좀 더 섬세하게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 몇 장 만으로 클라우드 어딘가에 묻어둔 채, '몇 년 전 오늘'이라며 잊힐 즈음

AI알고리즘이 말해주는 

그 '우연함'에만 기대어보기엔

눈앞으로 열리는 경험들이

너무 새롭고 특별했죠.



다른 이들과도 나누고 함께하며

그렇게 기록하길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단편들이 모이고 모여 머릿속으로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집니다.



그것들이 금세 시간의 흐름 속으로

조각조각 흩어져버리기 전에

얼른 엮어봅니다.












Scene #1. 퇴근길







자덕에게 퇴근길은

저녁노을의 특별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석양빛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춤사위와 색깔.
알고 보면 늘 우리와 함께 하지만
만끽할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사진 박주훈(rider_june_) / 서울 한강









뜨거운 여름,

태양이 쉬어가는 틈에,

야라로 다시 한번 뜨거워집니다.

땀으로 뿜어져 나오는 피하지방과 짠내가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야라:야간 라이딩









사진 최준호 / 서울 남대문








한강의 다리들은 멋진 조각 작품이 되고.

한강은 조각 공원이 되죠.

처음으로 자전거에 빠져들게 만든 건

그 아름다운 한강과 조각 작품들입니다.









사진 최준호 / 서울 한강


사진 박주훈(rider_june_) / 서울 한강








지난여름 내내, 스콜처럼 뿌려대는 소나기는

흙과 초록 내음 가득한 열기와 생명으로

양재천을 가득 채웁니다.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서울 양재천











Scene #2. 동행











일요일마다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탑니다.

갑작스러웠던 소나기가 걷히고

자전거길에 비친 아내의 모습과 탄천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네요.

/박주훈 님









사진 박주훈(rider_june_) / 경기도 탄천









아들이 순식간에 훌쩍 커버렸습니다.

곧 제 인생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날 그 아이와 함께 먼 자전거 여행을 둘이서 떠나봅니다.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경기도 남양주









아들과의 국토 종주,

유난히 뜨거웠던 6월 이화령에서의

등목 한 바가지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충북 괴산 이화령









팩 라이딩을 즐기다 보면

함께 가면 왜 더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뒤에 잘 붙어 달리면,

제일 앞 라이더보다

40%까지도 힘을 아낄 수 있다니

그래서 자전거는 다 함께 할 수 있나 봅니다.


*팩 라이딩: 그룹 라이딩









사진 배준원(jj_insta)/ 충북 서산










Scene #3. 놓칠 수 없는...









클릿슈즈를 신고

페달링을 하는 라이더들에겐

예고 없이 만나는 광경에 아쉬워 할 때가 많습니다.

묶인 발을 풀어 자전거를 세운 다음

저지 뒷 주머니에서 땀에 찬 폰의

카메라 렌즈를 닦고

카메라 앱을 여는 일이

여간 어색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길을 서둘러야 할 땐,

'마음에 담아 간다'며 스스로 위로할 수 밖엔 없답니다.









사진 박주훈(rider_june_) / 서울 양재 시민의 숲









자전거는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장소에

있을 수 있게 해 주기도 합니다.










사진 최준호 / 서울 한강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새벽









Scene #4. 일상으로부터 멀어지기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자전거는 200살이 훌쩍 넘었죠.

세상에 만들어진

웬만한 물건이나 건축보다도 어른입니다.


그 자전거를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놀랍습니다.

제 무게의 7-8배가 넘는 사람을 싣고도

시속 40-50킬로미터로 달려 나가는

공기역학과 기계공학을 가늠해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는 도시의 웅장함과 자연의 광활함과도 어울리며 위축됨이 없습니다.









사진 배준원(jj_insta)/ 서울 동대문 DDP (자하 하디드의 건축,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여름엔 갑자기 비를 만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면 본의 아니게

 "자전거에 미쳤다"는 소리도 듣게 되고,

미끄러운 길 위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듯

페달링을 하기도 하지만,

한껏 젖어버리고 나면

아이 같아지죠.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서울 북악산







서울에서 속초까지 무섭게 달릴 때도 있습니다.

말이 국도지 고속도로나 다를 바 없는 길을

모든 근육의 힘을 짜내어

자동차를 옆에 끼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그렇게 달립니다.

그렇게 아침부터 달려 나가 해가 떨어질 즈음,


마침내

동해 바다가 눈앞에 석양빛을 받으며 펼쳐집니다.

미시령 고개 정상입니다.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강원도 인제 미시령








안타깝게도

세찬 비바람에 무너져 버린 길도 만납니다.










사진 김태호 / 강원도 인제 미시령 옛길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들은 한 번 즈음은

흉내 내어봤음직한 모습입니다.

카메라 렌즈가 자전거와 만나게 되면

그 특별함이 넘칩니다.

정작 그 자전거는 스토리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사진 바이크미슐랭(bikemichellin) / 강원도 영월 별마로 천문대






그래서 오늘도 떠나고,








사진 김태호 / 전남 담양 영산강






또 달립니다.







동영상 최신형 / 서울 한강














소중한 추억과 멋진 작품을 나누어 주신,

누구 못지않게 사진에 진심인

라이더들께 감사를 전하며,

그들과 함께 자전거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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