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환상 일지
제주 환상 자전거길(해안 일주 도로), 516도로(북 - 남), 마지막으로 1100 도로(남 - 북)를 로드바이크로 그야말로 원 없이 달리고 올랐습니다. 총 330여 킬로미터의 거리와 3300여 미터의 획득 고도를 라이딩하는 3박 4일간의 코스입니다.
그렇게 자덕의 마음은 두 달 전 이미
제주에 가 있습니다.
그렇게 그 설레임의 절정을 맞이합니다.
검은 현무암 바위들조차도 그런 옥색 빛의 바다를 추앙하듯 감싸고 있습니다.
그 빛에 취한 듯,
제주 해방 라이딩 첫날에 취한 듯,
우리는 모슬포항의 노을빛에
은근슬쩍 끼어들어봅니다.
엷은 구름이 성산의
하늘 위로 깔린 덕분에,
강렬하진 않지만 은근한 주홍빛의 태양이
이마 앞까지 펼쳐져 물듭니다.
속도를 줄입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시간이
늘어날 것만 같았고,
더 많이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다시 오기엔 수년이 더 걸리거나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거친 숨소리에 힘겨운 페달링 소리조차 가리어지지만, 이름 모를 새소리에 실려오는 한라산의 흙과 나뭇잎, 그 가지 끝에 영글은 꽃잎의 향기가
온 몸의 감각을 깨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