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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자전거 라이딩

영덕에서 하조대까지







지난 라이딩을 글과 사진으로

다시 떠올려보는 일은, 그때의 즐거움과 희열

또 한 번 맛볼 수 있게 합니다.


두 다리와 오감 속에 강렬하게 남겨진,

동해에서의 만 이틀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기 때문이죠.









표지 사진 최신형 / 후포항




















첫째 날,

영덕 - 후포항 - 울진 - 임원

달린 거리 126km

오른 고도 1,228m

달린 시간 5시간 53












동해는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맛이 제맛!



검푸른 수평선의 호기와

태백의 힘찬 기백을 좌우로 받으며

걍 생각할 것 없이 한 방향으로 쭉 달리는 코스다.














사진 최신형 / 사진리, 영덕군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동해 라이딩은

해안선의 다양한 레퍼토리와 파도의 춤사위에 한층 가까워져서 좋고,


높은 산허리들이 곧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동해 특유의 지형 덕택에,

매서운 지형으로 시작하는 오르내림은 점차 북으로 오르며 긴 호흡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업힐의 사이사이에서 쉴 틈을 준다.


그러는 사이,

조용하던 시골 어촌의 풍경은

젊음과 열정의 화려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사진 바이크미슐랭 Bikemichellin / 후포항









출발 후 머지않아 도착한 후포리 어시장. 


 해변의 빛깔은

9월 초 그 위용을 자랑하며 북상 중이던 태풍에 밀려난 먹구름 아래서도

그 청명함을 잃지 않고 있다.


동해는 역시 동해다.












사진 이용현 / 후포리











5일장이 설 때면 가족들과 후포리를 찾아

대게를 마음껏 먹고는

영덕 해변을 거닐곤 했었다.


이번 동해 라이딩에서도

푸짐하게 살이 꽉 들어찬 후포리의 게살은 진리다.











사진 rider_june / 푸짐했던 대게 점심 "대게&쿡" (후포리)










바위, 소나무, 그리고 파도

동해 라이딩 코스는 그렇게 어우러져 있다.












사진 rider_june / 울진 제장로










"월송정"의 소나무 숲 사이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라이딩 내내 흐르는 땀과 피로를

그렇게 열심히 씻어준다.









사진 바이크미슐랭 Bikemichellin / 울진 망양정로












사진 최준호 / 울진 망양정로











둘째 날,

삼척 - 동해 - 강릉 - 하조대

달린 거리 145km

오른 고도 1,164m

달린 시간 6시간 48분






임원항의 조용한 시골 항구 한쪽에도 너무 깔끔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진 펜션이 있다. 한국은 정말 펜션의 천국인 듯. ^^

시원한 샤워기 아래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맡겨보라. 그리고, 라이딩복을 세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더군다나, 하루의 피로를 풀며 대충 데워낸 깡통 안주와 함께하는 한두 잔의 소주로 그날의 기억들을 되감으며 한참을 함께 웃는 시간, 다음날 아침이 상쾌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 아침 빈 속으로 안장에 다시 오른다. 아침 운동 삼은 짧은 라이딩으로 삼척시 경계 즈음에 다달아, 진한 국물의 순댓국과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시원한 콩국수 한 사발씩. 강원의 콩국수가 맛난 것인지, 라이딩 덕택이 뭐든 맛있게 감사히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흐릿하지만, 동해 라이딩의 열기에는 얼음 콩국수만 한 선택은 없는 듯하다.










삼척은, 지금까지의 시골 항구와 어우러진 자연경관과는 꽤 진한 대조를 이룬다.

아직도 가동 중인지 이미 그 역할을 다한 것인지 모를

시멘트 공장지대의 철 프레임과 파이프의 웅장함 속을 우리는 관통한다.











사진 바이크미슐랭 Bikemichellin / 삼척











"동해"시에 다다르자 시골의 맛이 흥건했던 동해 라이딩은 도시의 멋과 세련됨으로 확연히 바뀐다.


게 중에 눈까지 산뜻하게 쉬게 해 준 카페"스럼(SRUUM)"과의 우연한 만남은 행운이다.
창의적이고 구석구석 스토리 가득한 두 젊은 남녀 사장님들의 지혜와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사진 바이크미슐랭 Bikemichellin / 카페 SRUUM, 동해시










정동진을 향하는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의 2킬로미터,"헌화로".


코너를 돌 때마다 페달링을 멈추고 매 순간을 붙잡고 싶어 지지만, 그러질 못한다.

기이하게 조각된 해변가 바위들과 한 획의 붓질로 그려낸 듯한 아스팔트 회전감은

몽환적이기까지 하기에

페달링을 멈춰버리면

그 모든 게 깨져버릴 것 만 같다.


가슴에 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핸들바에 파묻은 채 두 다리를 더욱 힘차게 밟는다.

당연히, 이곳 헌화로는 동해 코스 중 나의 '원픽'다.













사진 바이크미슐랭 Bikemichellin / 헌화로, 심곡항











강릉에 이르자, 일부러 드러내지 않은 듯한 강릉비행장.

그 주변에 로드바이크 라이딩을 위해 길을 만들기라도 한 듯한 "월호평길"을 만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말끔한 포장도로가 시원하게 뻗은 그런 도로다.












사진 rider_june / 월호평길 강릉비행장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한 번씩,

허벅지가 터져버리라는 듯











사진 최승억 / 월호평길, 강릉비행장









내가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만끽해본다.










사진 이용현 / 월호평길, 강릉비행장









검회색의 아스팔트를 움켜쥐듯 쓸려나가는 휠의 마찰음,

가슴에서 내뱉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좌우 두 다리로 페달을 누를 때마다

자전거 체인링과 스프라켓을

끊어질 듯 감아 돌리는 체인,


그  위로 코끝을 타고 내리던 땀방울이

휠 속으로 빨려 들어버리듯 떨어진다.   






하조대에 도착했다.












석양은 때맞춰 절정으로 타오르는 듯한 동해의 에너지인 양 하조대에 가득 차오른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과 화려한 불빛이 어우러진 모래사장 위로 늘어선 서핑보드.


동해의 파도는 어느덧 "양양"에 이르러

검붉게 그을린 서퍼들의

튼튼한 근육과도 그렇게 뒹굴며 노닌다.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고마울 따름이다.

또 언제 올 수 있으려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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