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 내 망할 확률 90%.
창업 전, 그만큼 사업이 어렵단 뜻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기 목표 중 하나가 3년을 넘겨보는 것이었어요. 중심을 잃지 않는 선에서 3년을 어떻게든 버텨보고, 그다음에 더 큰 꿈을 꾸자.
처음 6개월 동안은 매출은커녕 제품을 만드느라 자본금을 다 쓰고, 온갖 비용이 계속 발생하면서 정말 이러다 망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텨오고 있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다루고 있어서, 맞춤 세트 주문이나 판촉용 제품에 대한 의뢰가 있습니다. 혼자 일을 할 때는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부분을 받아서 해냈었는데 팀원이 생기면서 이 부분에서 간혹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브랜드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판촉으로 나가는 형태 혹은 일부 맞춤 제공을 하는 게 알맞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요. 그 말을 하는 이유도 이해가 충분히 됐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렇게 버틸 수 있는 자본이 충분치 않다는 것... 이 대표로서는 가장 큰 문제였어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떠올리는 사례는 에어비앤비의 시리얼입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 시리얼을 만들고 팔아 빚을 갚고, 목표했던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그들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에어비앤비도 이렇게까지 하며 버텼는데, 나는 그들보다 나은 상황에 있는 거 같아. 근데 내가 왜 못해?'라는 생각을 하고, 결과적으로는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합니다.
다만 우리 나름대로의 환경에 대한 기업 철학을 갖고 있기에, 어떤 일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아니 하지 않습니다. 판촉물이나 세트 제품의 단가를 맞추기 위해 우리가 추구하는 환경 철학의 범위를 벗어나는 제품을 만들지 않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죄송하지만 어렵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진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제품의 환경적 의미나, 일상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문구를 어디엔가 넣어둡니다. 판촉이든 선물이든 받아보시는 분이 잠시라도 환경에 관심을 갖고, 단순히 저렴하게 만들어 뿌려진 제품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저희는 이렇게 저희만의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0월은, 이렇게 버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생겼고, 그걸 계기로 다시 저희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신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버팀의 시간이 절망이었는데, 올해는 버팀의 시간이 희망으로 느껴집니다. 다른 창업가분들의 버팀의 시간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