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얀센 맞은 꿀팁 푼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천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내 반려인간도 다음 주 월요일에 얀센 맞는다. 민방위 중에서도 자정에 신청 성공한 사람들만 맞는 거라고 한다. 백신휴가 알차게 쓴다고 얄미롭게 월요일에 신청하고 화요일은 아플 예정이라고 한다.
치사해. 나만 빼고 다 맞네!
이틀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카카오톡, 네이버 알람으로 잔여백신 잡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쓰는 거지? 나는 눌러볼 때마다 '잔여수량 0개'만 쳐다봤는데.
갑자기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K-성질급함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이번 주 내로 잔여백신 예약을 성공하겠노라 다짐했다. 5년 간 뮤지컬, 콘서트, 야구경기 등 각종 티켓팅으로 다진 경력이 부끄럽지 않도록... (당연히 아무 상관 없다.....)
유심히 살펴보니 의외로 몇 가지 전략적인 포인트가 있었다. 별 건 아니지만, 몇 초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치열한 선착순에서는 그야말로 당락을 결정한다.
나는 이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나서 하루만에 잔여백신 예약에 성공했다. (반려인간보다 먼저 맞았다! 하하!)
그 방법을 주변에 전파했는데, 두 명 더 잡았다. 나름 먹히는 전략 같아서 만천하에 공개해 본다.
물론 정말 별 거 아니라서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성공한 친구들끼리 사소한 지혜 찌끄러기(?)를 모아보았다. 지난 주의 나처럼 왜 나만 예약 못하나 막막한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다.
잔여백신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로 몇 주간 알림이 오는 걸 지켜봤다.
집과 회사 근처 병원 10군데 정도를 알림 신청해 놨는데, 그 중 3~4군데에서만 꾸준히 알림이 온다.
거기만 노리면 된다.
특히 토요일은 이 때가 제일 많이 나온다.
평일에도 직장인들 일하느라 좀 반응이 느린 시간 같다. 이 시간에 잡았다는 주변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
병원 문 닫기 1시간 전이다. 평일에는 이 때가 제일 많이 나온다. 나도 4시 30분에 잡았다.
특히 1번에서 체크했던 병원들, 몇 시 몇 분쯤 알림이 오는지 눈여겨 보자.
아마 매일 비슷한 시간대일 것이다. 병원 업무는 대부분 루틴하게 돌아가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5분 정도에 카카오톡 알림창을 켜놓고 계속 노려보면 된다. (일은 언제 하냐고? 물어보지 마라...)
왜 카카오톡 알림창을 켜 놔야 하지? 난 네이버만 알림신청 해 놨는데?
그러면 잔여백신은 못 잡을 확률이 매우 크다.
1. 알림 시간 (가장 치명적인 차이)
같은 병원 몇 군데를 카톡, 네이버 둘 다 알림신청 해 놓고 며칠 지켜봤다.
항상 네이버 알림이 3~5분 늦게 온다.
네이버 알림 기다리고 있다가는 이렇게 치열한 상황에선 절대 못 잡는다. 수량이 많고 널널하면 모를까...
2. 지도도 카톡이 낫다
알림 말고, 지도에서 잔여백신량을 확인하고 클릭해 예약하는 방식은 어떨까?
지도에 뜨는 건 네이버가 조금 더 빠르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다. 확인된 건 아니다.
(내 추측이지만 네이버는 지도에 먼저 등록하고 알람을 보내고, 카톡은 알람을 먼저 보내고 지도에 등록하는 거 아닐까?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로 예약할 때도 카톡이 더 편하다.
지도를 움직이기만 해도 자동으로 새로고침 되기 때문이다. 뭘 누르는 것보다 훨씬 새로고침이 빠르다.
①카톡 #탭에서 #잔여백신 을 누르면 지도가 나온다.
②집이나 회사 근처를 적당히 줌인해서 '잔여백신 있음'을 클릭한다.
③화면을 살살 조금씩 움직이면 자동으로 새로고침 된다.
④잔여백신이 뜨면 숫자가 뿅 뜬다!
⑤재빨리 클릭한다.
⑥실패해도 낙담하지 말자. 나도 하루에 4번 실패하고 5번째 성공한다.
지도를 쓰는 건 내가 하도 못 잡았을 때 주변 사람이 추천해 준 방법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알림창 노려 보는 게 더 편했다. 집과 회사 두 지역에 알림신청을 해 놔서 지도를 옮겨다니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공연 티켓팅 하면서 느낀 건데, 이런 걸 자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느린 이유가 있다.
그들은 화면에 어떤 글자가 뜨면 끝까지 읽어 보고 판단을 하려고 한다.
이게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그러면 선착순에선 이길 수 없다.
시간 들여 읽어 봤자 이런 내용이다.
1. 얀센입니다. 또는 아스트라제네카입니다.
볼 필요도 따질 필요도 없다.
둘 중 원하는 걸 골라서 맞고 싶다면 잔여백신 예약은 포기하고 순서를 기다리자.
물론 가끔 두 종류 다 잔여백신이 뜨는 병원이 있다. 내가 신청한 병원이 그랬다. 이렇게 뜬다.
아스트라제네카 (n)개 (체크박스)
얀센 (n) 개 (체크박스)
읽지 말고, 아래 체크박스를 누르면 된다.
인간은 보통 위쪽 걸 먼저 누르는 습성이 있다. 그러면 반대로 아래쪽 걸 누르면 승산이 아주 조금 더 높다.
어쨌든 제대로 읽기 전에 누르는 게 관건이다.
2. 영업시간 마칠 때까지 올 수 있나요?
당연히 갈 수 있을 때만 예약 대기하자. 안 되는 날은 보지도 않는 게 속편하다.
예약이 완료됐다는 카톡을 받고 나서야 여기가 무슨 병원인지, 내가 무슨 종류를 맞는지 확인하면 된다.
(너무 먼 병원은 애초부터 알림 신청을 하지 말자. 어차피 당일 영업시간 안에만 가면 되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안내사항을 읽지 마라. 최대한 빨리, 맨 밑에 가장 크고 노란 버튼을 눌러서 다음으로 넘어가라. 카톡이 UIUX는 안 헷갈리게 잡아 놨다. 세 번, 제일 빨리 클릭한 사람이 승리한다.
①집 주변과 회사 주변 병원에 카카오톡 잔여백신 알림신청을 한다.
②카카오지갑과의 카톡대화창이 뜬다. 잔여백신 알림 카톡창이라고 하겠다.
③오전 11시~12시, 오후 3시50분~5시 사이에 핸드폰 화면에 잔여백신 알림 카톡창을 띄워 놓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④뭐가 새로 뜨면 재빨리 클릭한다. 안내사항 읽지 말고 무조건 빨리!
⑤체크박스가 두 개 뜨면 무조건 아래 걸 누른다.
⑥예약 성공이라면? 축하합니다.
⑦실패라면? 실망하지 말자. 5시 전까진 또 기회가 있다.
⑥5시가 지났다면? 실망하지 말자. 내일 또 기회가 있다. 그리고 실패는 데이터가 된다. 여러 번 반복 알림이 오는 병원을 주목하자. 대체로 몇 시 몇 분에 보내는지 체크하자. 내일 그 시간대에 다시 잔여백심 알림 카톡창을 열자.
주변에 잔여백신 알림을 신청하지 않은 친구가 딱 한 명 있다. "그냥 내 차례 되면 맞지 뭐."
일리 있는 말이다. 꼭 지금 피말리며 선착순 클릭에 목숨 걸지 않아도, 때 되면 다 백신 맞을 거다. 그 전엔 지금까지 그랬듯이 개인 방역 열심히 하면 된다. 어차피 백신 맞아도 마스크는 계속 쓰는 게 좋다. 다른 백신 안 맞은 사람한테 퍼트리긴 싫으니까.
그래도 나는... 반려인간이랑 둘 다 백신 맞으면 발리 여행을 다시 갈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근데 어차피 돈 없어서 못 가는 게 함정)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K-성질급함이라서... 이런 궁리를 해 보았다. 나와 성질머리가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