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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한슬 Jun 13. 2021

2000 06 13

오늘은 역사적 남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오늘은 역사적 남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실로 55년 만의 민족적 경사다. 하루 연기된 것은 오히려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한 몫을 했을 뿐 아무런 탈이 되지 않았다. 아주 하루 내내 TV를 보기로 했다. 청와대를 출발하여 연변의 시민과 악수를 하고 보여주는 사진을 꼼꼼히 챙겨 보는 대통령을 보면서 자전거로 환송차 공항 정문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성남 공항'을 이용했단다. 공항에서의 환송, 평양 도착. 그곳의 환영, 참으로 꿈 같은 이야기다. 발을 동동 구르는 북쪽의 환영객들, 빨간 꽃다발을 높이 쳐들고 환호하는 모습, 드디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행장 출영. 이건 극적인 사건이요 장면이다. 트랩의 내리기 직전 서로 악수로 화답하고 육지에 내려서는 순간 두 정상의 굳은 악수. 이제 통일의 첫 계단에 올라서서 찬란한 미래를 약속하는 순간이다.


실향 이산가족들 생각이 난다. 가장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으리라. 두 정상의 환담. 윗트가 넘치는 유머. 실마리가 풀릴 조짐으로 들린다. 백두와 금강이 선듯 다가옴을 느낀다. 꼭 이루어지기를, 그 확고한 디딤돌을 박아주기를 빌고 또 빈다.


2000 06 13



할아버지가 스크랩 해 놓은 21년 전 한겨레신문 1면.


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는 휴전선이 없었다. 남한도 북한도 없었다. 나는 북한을 '우리나라'라고 감각하기 어렵지만,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았겠지.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라고 꼭 남북통일을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언제나 평화로운 통일을 바랐다. 영원히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랐다. 휴전선이 없는 나라에 태어났던 사람이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생각보다 더 감격이었나보다. 무려 공항 배웅까지 무작정 나가셨었다니! 마치 해외 스케줄 가는 아이돌을 배웅하러 가는 대포 찍덕처럼... 5년 째 같은 장르 덕질 중인 나도 공항 배웅은 안 가봤는데... 열렬해... 그런데 조사가 철저하지 못해서 허탕을 치셨다. 너무 안타깝다. 왠지 할아버지에게는 나의 덕질을 오픈했어도 이해해 주셨을 것 같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신 동안에 남북관계가 저 날에서 얼마나 나아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금강산에 한 번 다녀 오셨다.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하다 보면 그날의 일기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2021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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