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자신을 살게 하는가?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았다.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해야 직성이 풀리고, 무엇이든 제대로 해야 스스로 만족했다. 사람, 참 변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만큼 삶의 무게를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인가. 새삼 나의 현재를 느낀다.
가벼이 살자 다짐하며 물건을 정리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까지 하며 신념을 굳혀간지 몇 년째다. 무언가, 스멀스멀 머리를 들고 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내 안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그 많던 신발도, 옷도, 가구도, 그릇도 집을 나가 한눈에 보일만큼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진 것이 많아 다시 한번 비우고 또 비우자 마음먹는다.
가볍게 살자는 신념은 물건에서만 통하고 있는 것일까. 빈 시간이 공허해 욕심을 부린다. 할당받지 않은 일을 찾아 헤매고 퇴근 후 자유로운 시간을 견디지 못해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음에도 나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아 어느 순간, 숨이 차올라 헐떡이는 나를 발견했다. 도대체 무엇이 삶을 지배하는가.
의무적으로 읽어 내던 책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하고, 기한이 정해져 있던 책 읽기를 그만두고 시간이 날 때 꺼내 들었다. 매일 행해야 했던 의무적인 참여들도 내려놓았다. 모임을 탈퇴하고 단톡 방을 정리했다.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것을 모두 해내려 애쓰며 자신을 힘들게 하던 삶을 내려놓으려 한다.
좋아하는 운동과 회사 생활, 적당한 긴장감을 위한 영업전략. 그리고, 여유로운 휴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살아도 누군가는 내게 '왜 그리 바쁘게 사느냐', '언제쯤 시간이 나느냐', '왜 그렇게 욕심이 많으냐'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물건을 내려놓듯 나의 욕심도 조금은 내려놓고 적은 선택으로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만 있고 실행치 못했던 욕망의 끈을 조금씩 끊어 낼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마음, 더 많은 것을 행하려는 욕망도 삶의 무게이며 중압감이다. 물건과 더불어 나의 욕망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아보려 한다. 그렇게 애써보면 언젠가는 가벼운 마음이 되지 않을까.
가볍게 또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