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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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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ug 15. 2019

소유하지 않음으로 버림을 선택하지 않겠다.

여전히 가진 것이 많고 용도가 불분명한 것들이 많다. 휘몰아치듯 짐 정리를 했다. 나의 시간을 소리도 없이 가져가던 TV를 없앴다. 매트리스를 받쳐주어 고마웠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던 침대 프레임을 없앴다. 사용하지 않는 그릇과 한동안 모으는 것에 집착했던 컵도 절반 이상을 나눔으로 해결했다. 서랍장, 장식장, 스툴, 의자, 협탁... 점점 필요 없어 보이는 물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Simple Life

가전제품도 하나 둘 없애기 시작했다. 매번 책을 내어 놓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만 나누어 주었다. 가방도, 신발도, 심지어 볼펜도 많았다. 가졌으나 사용하지 않던 많은 것, 소유욕에 눈이 멀어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의외로 마음먹기 어려웠던 것이 정리되고 나니 홀가분하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소유욕에 빠지게 했던가. 마지막까지 애지중지 하던 의자까지 나눔으로 보내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가볍게 더 가볍게,  출처 Pixabay>

무소유의 철학과 정신을 조금은 알듯 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가졌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아도 여전히 가진 것이 더 많고, 어쩌면 사용할지 몰라 쥐고 있는 것들이 더 많다. 가볍게, 더 가볍게 살기 위해 오늘도 짐 정리를 했다. 비싸서 버리지 못했던 가방, 어쩌면 또 사용할지 몰라 가지고 있던 운동 기구 등, 누군가에게는 유용하게 사용될 것들을 내려놓고 내어주었다. 주방을 정리하며 발견한 참기름이 몇 병인지, 황태덕장이라도 하듯 왜 이리 많은 황태가 있던지, 김장도 하지 않으면서 고춧가루는 또 왜 이리 많은지. 두 상자나 되는 각종 요리 재료들을 언니에게 나눠주고 왔다.


5톤이던 짐이 2.5톤으로 줄고 다시 1톤으로 줄었다. 다음에는 둘이서 가벼이 이사할 수 있기를 꿈꾼다. 다시 소유하더라도 소유의 이유가 사라지면 내려놓을 것이다. 냉장고 속의 음식을 두고 시장을 보지 않을 것이며 오래되었지만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을 두고 신상이라는 이유로 사지 않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집을 정리하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을 것이다.

<출처 Pixabay>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외로 적다. 사 둔 것을 누리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필요한 최소한을 가지며 살기 위해 오늘도 버림의 미학을 터득해야겠다. 가지지 않고 공유할 것이며 두 번 세 번 고민해서 소유를 선택할 것이다. 그럼에도 소유욕은 내 안에 자리 잡고 앉아 나의 이성과 사투를 벌이겠지? 이성이 승리하는 날이 내게 오지 않더라도 적게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으리. 소유하지 않음으로 버림을 선택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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