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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달 Nov 08. 2016

버들골이야기

2013.04.07 00:39



일기예보에선 비가 많이 내릴 듯 겁을 잔뜩 주더니
보슬보슬, 어제의 그 먼지 가득한 공기를 씻어내려주는 단비다.
살짝 춥긴하지만 촉촉한 공기가 마냥 좋아 전철을 뒤로하고 142번을 탄다.
비에 젖은 가로등불빛에 더 근사해진 한강다리를 지난다.
화분을 가득 실은 트럭은 빼꼼히 삐져나온 꽃들을 비에 적신다.
서리낀 창문밖으로 소주 한잔 하고 싶은 선술집이 보인다.
이렇게 스치는 바람마저 기분좋으니, 
오늘만큼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누린내 폴폴 내는 진심을
네가 들어줬음 좋겠다.
너무 묵혀두어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를 진심을
너는 들어줬음 좋겠다.
지금 이 글을 네가 본다면, 
내 맘이 너에게 가 닿았다면,
늘 그랬단 듯이 "소주나 한잔 할래?"라며 전화가 오길.
그럼 우리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소주한잔에 먼지같은 감정들을 씻어내리자.
그리고 지난 추억들을 한편한편 꺼내어보며 장난기어린 웃음을 나누자.
그렇게 하루하루 견디어내는 날들안에서 편해지자.
그래, 그거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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