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남편이 보내는 편지,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옴)
- 20대 후반 남성
-1920년대, 전염병으로 먼저 세상을 뜬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잘 지내고 있나요.
여기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어요.
당신이 떠난 후에 내가 쓰러지고, 병이 들어서 버렸네요.
의사선생님께선 마음의 병이라고 하더군요.
어찌 손 쓰기가 힘들거라면서 되도록이면 당신 생각을 멈추고 즐거운 일을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의사선생님도 참 짖궂으셔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즐거운 일을 하라니.
제가 어찌 당신을 떠올리지 않으면서 즐거운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책을 읽어도 당신 생각이 나고, 시를 지어도 당신이 떠오르고, 달을 보아도 당신 얼굴이 비추어 보이는 듯 한데.
제겐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너무 어렵습니다.
여보, 당신이 가끔은 아직 내 곁에 있는 듯 합니다.
가끔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날엔, 제 얼굴을 어루만져주며 자장가를 흥얼거려줄 당신이 있을 것만 같아 손을 뻗어보아도 당신께 닿지 않는게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사이) 당신이 있는 그곳은 평화로운가요.
당신이 있는 그곳은 아름답다고, 그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가 행복하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여쁜 복사꽃이 1년 내내 피어있으며,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언제나 높고 푸르다고 하던데 제가 들은게 사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복사꽃을 좋아하는 당신은 하루종일 복사꽃만 바라보면서 행복해 할테니까요.
당신이 하늘 위가 너무나도 즐거워, 저를 잊었으면 합니다.
당신이 꿈에 나와 제가 그립지 않다고, 정말로 행복하다고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저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당신도 저를 그리워하면 서로 마음이 너무 아플테니, 당신은 이제 더이상 아프지 말고 늘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이 바람은 어쩌면 아주 이기적인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당신께서도 저를 그리워 하는데, 제가 당신은 저를 그리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이기적인 편지가 될 수 도 있겠습니다.
(사이) 그리움은 오롯이 저만 갖고싶은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께는 나누어주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움은 언제나 외로움도 함께 안고 오기 때문에 당신이 저를 그리워하면 당신 혼자 외로워 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당신께서 외롭지도 저를 그리워하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이기적이지만, 당신 혼자서도 많이 행복했음 합니다.
오늘도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당신께 보내는 편지니, 조금은 수다스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나의 복사꽃.
안녕, 안녕, 내 사랑.
[출처] 단문, 이기적인 편지|작성자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