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을 기다리면 사랑하게 될까
전에 이런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어느 병정이 공주가 들판으로 잠시 놀러나온 모습을 보고, 그만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공주를 무턱대고 찾아간 병정은 공주의 방 창문 아래서 이렇게 말을 한다.
"백일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공주는 병정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진 공주가 병정의 사랑 따위 하나 더 갖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병정은 그의 말대로 정말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해가 뜨겁거나 눈보라가 치나 상관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각 공주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주는 문 뒤에서 병정을 살짝살짝 바라보게 된다. 정말 그 자리에 그가 있나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를 보면 공주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
백일이 되었다. 공주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렇게 끝이 나는 이야기
그런데 문득 이 이야기의 끝을 알아버렸다.
병정은 백 일이 되던 날 그곳에 없었다. ...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