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 그 영원한 전설을 노래하다
오래 전 일이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성적이 전교 최하위권을 기던 때다. 나에게 대학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던 때, 스무 살이 넘으면 죽어야지 했던, 비전이나 희망 같은 것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던 삶을 살던 때. ... 우연히, 어느 가을 날 거리를 무심히 걷다가 낯선 노래 소리를 들었다. 처음 들어본 노래인데 묘하게 마음이 끌리던 노래.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멎었다. 음악사 창문에 기대서 그 낯선 노래를 한참을 들었다. 길고 슬프고 애잔했다. 문득 누구 노래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음악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잘 생긴 음악사 사장님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 노래를 모르냐고, 퀸이 부른 유명한 노래라고, 프레디 머큐리가 불렀다고, 했다. 퀸, 프레디 머큐리. ... 입으로 중얼거렸다. 그 후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오랜 동안 내 친구였고, 사랑이었고, 슬픔이고 기억이었다. ...
“보헤미안 랩소디”는 올해 본 모든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았다. 몇 번이고 눈물을 삼켰고, 가슴이 벅찼고, 프레디의 깊은 외로움에 공감했다. 작품을 내놓고 나면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온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어둠이 다시 찾아온다고 프레디가 중얼거리는 걸 보면서 책을 낼 때마다 어김없이 겪었던 긴 슬럼프와 허무함이 떠올랐다. 그래, 그렇지. 내 피 같은 책이 사람들 손에 들렸어도 슬럼프는 언제나 똑같이 찾아왔지. ... 했다.
외로운 사람이라면 들어야 할 노래, 가슴이 허전할 때 보아야 할 영화로 추천한다. 내겐 더 생각할 것 없이 올해 최고의 영화다. 소름끼치게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