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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Apr 23. 2018

"선생 하기 싫은 날" 독자편지

책은 작가가 쓰지만, 책의 운명은 독자가 정한다

“선생 하기 싫은 날”을 읽고 가끔 고등학생들이 독자 메일을 보내온다. 대부분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인데, 몇 년 전에 긴 메일을 보내온 학생이 있었다. 교대에 진학하고 싶은데 점수가 모자란다고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운 처지였다. 그 학생은 그런 자신도 교사가 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잘 될 거라고 말해주었고, 꼭 교단에서 만나자고 답해주었다. 


놀랍게도 이 학생은 다음해에 진주교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제 2학년생이 되었다고 손편지를 보내줬다. 학교에서 예비교사로서 여러 활동을 참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다. 기특하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몇 년 후면 교사로 교단에 설 것이고, 준비된 교사로서 다른 이보다 더 열심히 살 거라고 믿는다.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이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으니, 나는 참 괜찮은 작가인 것이다. 


“선생 하기 싫은 날”을 쓸 때 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책을 읽고 교사를 꿈꾸고 좋은 선생이 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책은 작가가 쓰지만 책마다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비 오는 봄날, 삶에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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