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작가가 쓰지만, 책의 운명은 독자가 정한다
“선생 하기 싫은 날”을 읽고 가끔 고등학생들이 독자 메일을 보내온다. 대부분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인데, 몇 년 전에 긴 메일을 보내온 학생이 있었다. 교대에 진학하고 싶은데 점수가 모자란다고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운 처지였다. 그 학생은 그런 자신도 교사가 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잘 될 거라고 말해주었고, 꼭 교단에서 만나자고 답해주었다.
놀랍게도 이 학생은 다음해에 진주교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제 2학년생이 되었다고 손편지를 보내줬다. 학교에서 예비교사로서 여러 활동을 참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다. 기특하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몇 년 후면 교사로 교단에 설 것이고, 준비된 교사로서 다른 이보다 더 열심히 살 거라고 믿는다.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이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으니, 나는 참 괜찮은 작가인 것이다.
“선생 하기 싫은 날”을 쓸 때 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책을 읽고 교사를 꿈꾸고 좋은 선생이 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책은 작가가 쓰지만 책마다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비 오는 봄날, 삶에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