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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Feb 15. 2023

담대하게 외쳐라 "책임질 테니 진행해!"

부서장이 되고 달라진 점 - 2편 [의사 결정]

노을에서 부문 리더가 되었습니다. 부문은 여러 팀을 묶은 상위 조직입니다. 부문 리더가 되니 팀 리더일 때와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부문 리더는 처음이라 생소하지만, 새로운 역할 경험을 통해 배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 틈틈이 부문 리더 역할을 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2번째 순서로 의사 결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1) 자기 사람을 직접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링크)
2) 담대하게 외쳐라 "책임질 테니 진행해!"


2. 담대하게 외쳐라 "책임질 테니 진행해!"


리더가 되니 매일이 의사 결정의 연속입니다. 왜 이렇게 결정해야 할 게 많은지, 이걸 내가 결정해도 되는 건지, 그동안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던 건지 머릿속이 혼돈 그 자체입니다. 하루종일 회의에 참여해서 정신없이 의견 내고 결정에 참여하다 보면 일과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잠깐 숨을 돌릴 때마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맑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의사 결정 전에 리서치는커녕 생각을 정리할 시간마저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 정신마저 흐려지면 일을 망치는 건 한 순간이겠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적당한 긴장감 덕분에 제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사 결정을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되면 기분이 짜릿하고 스스로 뿌듯하지만, 잘못되면 그 책임감을 견뎌내기가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제가 판단하고 추진했던 일 중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점차 쌓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회사와 동료들이 제 부족함을 나무라지는 않았지만, 제 잘못된 판단 때문에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의사 결정에 고민이 깊어질 때도 있습니다. 저는 확신이 있는데, 동료들이 제 의견에 반대하는 상황에 놓일 때입니다. 얼마 전 경영진은 제게 리더 역할을 하려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진행해!"라며 강하게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 말에서 힘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노을에 합류하고 난 뒤, 경영진이 책임지고 결정했던 사례들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가 만들어진 걸 봐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경영진의 조언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동료에 대한 과도한 배려가 올바른 의사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신뢰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은 그렇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주변에 훌륭한 리더들을 만나서 의사 결정 비법을 전수받아야겠습니다.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의사 결정에 관해 교과서로 참고하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프린스턴대학 심리학 교수인 다니엘 카네만이 쓴 '노이즈'(Noise)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 공식 출판이 되기 전에 출판사에 부탁해서 미리 배송을 받아볼 정도였습니다. 유익한 내용이 가득해서 원서임에도 이틀 만에 다 읽었고, 여러 자리에서 관련 내용으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카네만 교수는 '의사 결정에 개인의 주관과 경험을 개입시키지 말라'라고 경고하며, 그 대신에 '사전에 잘 정해둔 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라'라고 제안합니다. 전문가 집단에서도 후자가 의사 결정의 성공률이 높다는 점을 여러 연구를 통해서 증명했습니다.


카네만 교수의 제안에 따라 저도 판단의 우선순위와 결정 조건을 미리 세워두기에 더 시간을 들이려고 합니다. 이해를 돕자면 "노을 주식이 8000원 이하면, 월급날 월급의 50% 만큼 주식을 매입한다."처럼 의사 결정의 원칙과 조건을 미리 정해두고 가급적 그대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면서, 다음 의사 결정에 적용할 원칙을 미리 보완해 두는 방식입니다. 


위 내용은 노을 경영진이 제게 해준 조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느껴집니다. "내가 책임질 테니 진행해!"라고 말할 수 있는 담대함은 무조건적인 자기 확신보다는 여러 의사 결정 과정을 경험하며 발전시켜 온 나만의 의사 결정 원칙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훌륭한 의사 결정의 방법은 '순간의 영감'보다는 '정교한 원칙'임을 믿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제가 가진 의사 결정 원칙들을 몇 가지 적어봤는데 아직은 원칙이라고 내세울 만큼 자신이 없어서 얼른 지웠습니다. 몇 년 뒤에도 제가 리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때는 제가 발전시켜 온 원칙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또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제가 가진 원칙들을 확신으로 바꿔 가봐야겠습니다.


이미지 =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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