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여 준다는것
남편과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나는 또 그렇듯 남편을 일기장 삼아 쉴새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오빠가 예물 반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결혼식장을 예약하려는데 코로나로 하반기에 식장 예약이 몰려 예약이 쉽지 않다.
결혼 준비에 한창인 오빠가 결혼 준비를 자꾸 물어보는데, 귀찮으면서도 예비 신부인 언니와 '같이' 결혼을 준비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등의 이야기였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나에게 물어봤다.
"오빠가 결혼한다는 건, 너에게 어떤 느낌이야?"
마침 감동적인 음악이 나오기도 했지만
갑자기 그 질문을 받으니 울컥 눈물이 났다.
원체 눈물이 많기도 하지만,
쉴새없이 떠들었던 모든 이야기 밑에 깔려있던 묵직한 감정이 올라왔다.
꽤나 일관성 있게,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행보로 살았던 오빠였기에.
오빠 본인도, 가족들도 괜히 조마조마하며 통과했던 숱한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책임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오빠의 새로운 출발이
시원섭섭하면서도 대견한, 그런 뭉클한 마음이었다.
"그럴것 같더라고. 결혼식에서 자긴 울거 같아 ㅎㅎ"
눈물을 훔치는 나에게 말을 건네는 남편.
남편은 나에게 '느낌'을 자주 물어보곤 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질문을 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나의 마음에 귀기울여주려는 하는 마음씨에 고맙다. (어쩌면 나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에게 말솜씨가 탑재되어있었던 것일지도)
차에 타자마자 쉴새없이 떠들었는데,
그렇게 남편의 귀기울임과 토닥임 덕분에
나는 언제 그랬냐는듯 음악에 고개를 움직이며 이내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