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어낼 것이 있다는 것, 혹은 뱉어내야 한다는 것
어쩌다 보니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글쓰기보다는 읽기를 더 많이 해왔던 인생이었는데,
갑작스러운 기회가 생겼다.
왠지 불안하기도 설레기도 한 요즘이다.
어린시절부터 글을 쓴다는 것은
뱉어낼 것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생각했었다.
무언가 쏟아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해야 글을 쓰고
내면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쏟아낼 데가 필요하거나
아는 것이 너무 많아 뱉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전자의 경우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업이 되는 일'이 나에게 찾아와 묘한 기분이다.
게다가 전혀 다른 성격의 글쓰기를 거의 매일 병행하며 지내는 것도 새롭고 신기하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뱉어 내야만 하는' 의무와 숙명을 갖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작가란 자고로 머릿속에 많은 것이 있어야 무언가를 뱉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뱉어내야 하기에 뱉어내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자고로 모든 일이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것,
매번 다시금 동일한 자리에 앉아 아무런 영감과 기쁨이 없을 그때에도
또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리라.
글쓰기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인생이 그러할 것이다.
그림 출처 : 안드레아 세리오(@andreaserio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