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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greens Jul 21. 2022

태풍이 지나간 자리

태풍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입 벌리고 울어대는 

새끼 새들의 울음소리마냥

찢어지는 아우성으로 가득한 대피소


안전과 보호는 명목 뿐이었고

구호물품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시끄럽던 여름이 바람처럼 잦아들고

조용해진 틈에 나는 집으로 왔다


어떤 예상도 준비도 할 수 없었던 

집 안에는

구석 구석 상처가 깊다


지을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치우치고 금이간 구석은

더 기울어져 찌그러져있었고

크게 벌어지고


깨진 유리창 밖으로 

철없는 아이들의

조소섞인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리집에 기대어 

가까스로 뼈대만 남은 옆집에선

휘어진 뼈대를 복구하는 것이 더 힘들다며

투덜거린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들렸다는 오랜 벗은

갑작스레 까먹은 일을 되뇌이며

서둘러 자리를 뜨고


이윽고 옆집에 들린

건넛집 동창은

내게 빌린 돈은 이판사판이니 

모르는 셈 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깨진 창문을 앞에두고 

옆집 사내와 보란듯이 이야기한다


나는

기울어진 집

깨진 창문

틈이 벌어진 벽

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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