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입 벌리고 울어대는
새끼 새들의 울음소리마냥
찢어지는 아우성으로 가득한 대피소
안전과 보호는 명목 뿐이었고
구호물품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시끄럽던 여름이 바람처럼 잦아들고
조용해진 틈에 나는 집으로 왔다
어떤 예상도 준비도 할 수 없었던
집 안에는
구석 구석 상처가 깊다
지을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치우치고 금이간 구석은
더 기울어져 찌그러져있었고
크게 벌어지고
깨진 유리창 밖으로
철없는 아이들의
조소섞인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리집에 기대어
가까스로 뼈대만 남은 옆집에선
휘어진 뼈대를 복구하는 것이 더 힘들다며
투덜거린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들렸다는 오랜 벗은
갑작스레 까먹은 일을 되뇌이며
서둘러 자리를 뜨고
이윽고 옆집에 들린
건넛집 동창은
내게 빌린 돈은 이판사판이니
모르는 셈 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깨진 창문을 앞에두고
옆집 사내와 보란듯이 이야기한다
나는
기울어진 집
깨진 창문
틈이 벌어진 벽
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