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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ri May 13. 2016

왜 예술을 감상해야 하는가?

Intro. 예술 감상으로 픙요로운 삶 살기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 테라스>, 1888년, 캔버스에 유화, 81cmx65cm, 크륄레 뮐러 미술관


 훌륭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천재로 태어나거나, 천재가 아니라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나는 예술을 사랑하지만 천재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엄청난 노력을 들일 열정도 없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별다른 재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도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감상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훌륭한 작품을 눈 앞에 두고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명작을 눈 앞에 두고도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그래서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그를 통해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감동의 폭과 질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삶이 풍요로운 것 못지않게 삶의 풍성함도 중요하다. 먹고 자고 섹스하는 일은 동물도 할 줄 알지만,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당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사랑, 독서, 좋은 음악, 맛있는 음식, 봉사, 그리고 예술의 감상 따위이다. 이왕 인간으로 태어난 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즐기고 삶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이 좋겠다.


 이 글은 삶의 풍성함을 위한 일 중에서도 ‘예술의 감상’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그림을 설명하는 글은 많은데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글은 많지 않다. 학교에서도 그림 감상법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슨트나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감상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감상이 없다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는 그림 앞에서 혼란함을 느낄 뿐이라면, 그림을 감상할 줄 모른다는 증거다. 고흐의 해바라기 같이 이미 유명해서 이미 배경 지식을 알고 있는 작품을 감상하는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생전 처음 보는 작품들도 감상해 낼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예술’, ‘감상’이라는 단어만 봐도 거부감을 느낀다. 아마도 그 사람들이 여태까지 보았던 예술 관련한 글들은 이런 식일 것이다.


 “이 작품은 1914년에 제작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기본적 절대주의의 요소:사각형>이며, 비구상 회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회화적 성상파괴의 아이콘(icon)이다."


 어렵고 알아듣기 힘든 작품 설명을 읽다 보면, 예술 작품을 쳐다보기도 전에 겁을 먹게 된다. 예술은 나와 관계없는 것, 마치 천국처럼 저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예술을 감상하는데 특별한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훌륭한, 자신만의 감상을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전문가가 아니다. 나는 예술과 눈곱만큼도 상관이 없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나는 거제도에서 태어났는데,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대신에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없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예술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미술 교과서에서나 가끔 구경했을 뿐이다. 교과서에 인쇄된 그림들은 잉크 값이 아까워서인지 매우 작았고, 자세히 보기 어려웠다. 작은 그림 옆에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 긴 글이 있었고, 그걸 잘 외워오면 미술 시험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다.


 나야말로 예술과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이고, 오랜 시간 예술이 주는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감상하며 삶의 풍성함을 누리고 있다. 예술은 전문가나 부자들만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술에 재능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부자들이 예술을 독점했지만, 지금은 예술에도 민주주의가 적용된다.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 202개 미술관이 있고 300여 개의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는 심지어 공짜다. 마음만 먹으면 예술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는 사람은 소수다.


 요즘 서점에 가면 독서 많이 하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독서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형성되어 있는데, 예술 감상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없다.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예술가들도 힘들어진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 얼마나 처참하겠나.


 나는 훌륭한 예술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작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감상하고 감동을 받으면, 훌륭한 예술가가 많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감상자가 없으면, 훌륭한 예술가도 없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감동을 많이 받고, 인생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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