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비티아이의 마지막 항목인 J와 P는 삶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약속을 정하는 스타일이라든지 시간을 지키는 것,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J는 대체로 시간을 잘 지키고, 일정표를 가득 채우는 걸 좋아하고,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P는 대체로 시간을 못(안)지키고, 일정표가 가득 차 있으면 답답하고 늘 모든 것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의사결정을 안 한 모호한 상태를 견디고 즐긴다.
만약 학교에서 담주 24일까지 리포트를 내라고 한다면 J는 집에 가면서 도서관에 가고, 언제까지 리포트를 쓰고 하는 계획을 세운다. 반면 P는 24일까지 내라고 했으니 24일 아침에 프린트하면 되겠네. 책보는데 하루 걸린다고 보면 22일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될 것이고 등등 계획을 거꾸로 세우지만 리포트 제출 당일에 프린터가 고장나 있거나 22일날 책을 빌리러 갔는데 책이 없다. 머피의 법칙은 이들의 것이다.
모든 것을 미루는 이유는 모든 정보를 수집한 후 최선을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고, 더 새롭고 좋은 기회가 나타나길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계획을 수시로 바꾸고 안 하고 견딘다.
나는 P다
카페에 올라오는 월동채비를 열심히 읽지만 아직 시작하진 않고 정보를 모은다.
그러다 날이 추워진다.
우리집이 남쪽인 8B인게 천만 다행이다.
하루 추워졌다. 부랴부랴 나가서 제일 아끼는 장미에게 아직 월동재를 사오지 못했기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져 큼직한 비니루로 감싸준다.
이 사진중에서 제일 먼저 감싸준 건 저 뒤에 하얀 비니루안에 있는 수국이다.
좀 추워졌을 때 마대를 사다가 그 앞의 수국에 칭칭 감아줬다.
마대 사러 가던 날 얼마나 춥던지
이러한 P들에게는 날궂이라든가 가는날이 장날이라든가 하는 속담이 피부에 와 닿는다 ㅠㅠ
날이 더 추워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옷장을 뒤진다 안 입는 치마가 있기에 그것도 하나 더 둘러준다.
아무거나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두르고 덮어 씌운다.
심지어 쌀포대까지
계획성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없는 P는 어느날 남편이 연말모임에 갔다가 환갑기념을 꽃다발을 받아 온 걸보고 꽃다발 싼 포장지로 위즐리를 감싸본다. 색깔이 이쁘다며
저게 뭔지 모르지만 생김새로 보아 추위에 약할 것 같아 플라스틱 덮개를 씌우고 돌을 눌러 놓는다
아악무는 겨울에 실내에 들여야 하지만 이것도 화분 하나로 덮어 놓는다.
그래서 마당에는 포장지, 마대, 비니루, 심지어 치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월동재로 그때그때 약 한달에 걸쳐 장미와 수국이 월동장비를 갖추게 된다.
주인이 이러니 꽃들도 시도 때도 없이 꽃을 피운다.
크로커스가 벌써 올라왔다
이건 작년에 산 노던라이트라는 건데
좀 추운둣 하여 보자기로 한 번 쌌다가
더 추운듯 하여 비니루로 한번 더 쌌다.
이런 무계획의 마구잡이 가드닝이 P의 가드닝이다.
이런 분 손 들으세요.
J들이 판을 치는 이 사회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