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여행중이다.
어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을 방문하고
오늘은 묵시아와 피스테레를 갔다.
보통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도착 이후에 가는 곳이라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서 간 것도 아니고 차로 간터라
굳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 방문이 감격적이거나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늘 피스테레를 갔는데 바닷가 십자가 앞에
마침내 여행을 마친 순례객들의 여러가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신발 한 짝, 사진 한 장,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조그만 돌 밑에 접은 종이가 있다.
누군가 순례길 내내 기도했던 어떤 원의겠지 싶어
펼쳐보았으나 비에 젖어 글자 하나 남지 않았다.
글자가 퍼져 막연히 파란 눅눅한 종이 한 장
그 근처엔 작은 성모마리아 상도 있다.
갑자기 그 먼 순례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원의가
확 다가왔다.
눈물이 조금 나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가슴속에 품은 단심이 아니었다면 그 고된 순례길을 어찌
견디었을까? 그 길을 가게 한 그 단심을 품은 사람들이
안타깝고 슬프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 모든 걸 십자가로 지고
예수는 골고다 언덕을 올랐으리라.
그 모든 삶의 무게가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고되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는데
옛날 딸아이를 안고 누웠을 때가 그리웠다.
작고 보드랍고 따뜻한 존재.
지금도 딸아이가 힘들때, 혹은 내가 고될 때
둘이 끌어안고 누워있기도 한다.
만약 내가 죽을 때 가장 그리워할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딸아이를 안았을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서
울었다.
이 글을 쓰는데 또 눈물이 난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나본데
아직 한 달을 더 여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