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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pr 12. 2023

산티아고 여행길에 딸 생각

산티아고 여행중이다.

어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을 방문하고

오늘은 묵시아와 피스테레를 갔다. 

보통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도착 이후에 가는 곳이라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서 간 것도 아니고 차로 간터라

굳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 방문이 감격적이거나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늘 피스테레를 갔는데 바닷가 십자가 앞에

마침내 여행을 마친 순례객들의 여러가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신발 한 짝, 사진 한 장,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조그만 돌 밑에 접은 종이가 있다.


누군가 순례길 내내 기도했던 어떤 원의겠지 싶어

펼쳐보았으나 비에 젖어 글자 하나 남지 않았다.


글자가 퍼져 막연히 파란 눅눅한 종이 한 장

그 근처엔 작은 성모마리아 상도 있다.


갑자기 그 먼 순례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원의가 

확 다가왔다.

눈물이 조금 나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가슴속에 품은 단심이 아니었다면 그 고된 순례길을 어찌

견디었을까? 그 길을 가게 한 그 단심을 품은 사람들이 

안타깝고 슬프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 모든 걸 십자가로 지고

예수는 골고다 언덕을 올랐으리라.


그 모든 삶의 무게가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고되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는데

옛날 딸아이를 안고 누웠을 때가 그리웠다.

작고 보드랍고 따뜻한 존재.


지금도 딸아이가 힘들때, 혹은 내가 고될 때

둘이 끌어안고 누워있기도 한다.


만약 내가 죽을 때 가장 그리워할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딸아이를 안았을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서 

울었다.


이 글을 쓰는데 또 눈물이 난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나본데

아직 한 달을 더 여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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