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제도에 갔다.
두번째다.
처음 갔을 때처럼
평화롭고 햇살이 따뜻했다.
처음갔을 때
들어갔던 곳에서
아란제도나 아일랜드에서
숱하게 보이는 양털로 짠
니트를 봤다.
가문마다 니트의 무늬가 다른데
그 이유가 바다에 나가서 죽은
남자들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바다물에 불고
고기에게 물어뜯겨서 얼굴이나 신체를
판별할 수 없을 때,
입고 있는 니트의 무늬를 보고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주 슬퍼졌다.
니트를 짜는 여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기근의 역사
식민의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에서도 척박한 역사를 가진
아란제도의 역사를
잊기 어려웠고
그래서 또 갔다.
지난번 왔을 때
걸었던 길을 또 걷고
갔던 곳을 또 갔다.
역시 평화롭고
햇살이 좋았고
내 마음도 그랬다.
다시 골웨이로가는
배를 타러 돌아오는 길에
성모상을 보았다.
얼마나 많은
아버지,
남편,
아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여인들의 소망을
들었을까
가까이 다가가보니
누군가
물도 떠 놓았고
꽃도 꽂아놓았고
묵주도 걸어놓았다.
그동안 여행길에
그 유명한 미술관에서
위대한 화가들의
성모상을 여럿 보았지만
섬 여인들의 탄원을
들었을
이 성모상에게서 받는
느낌이 더 강렬했다.
나도 그 앞에서
기도했다.
나도
위대한 사상을 담는 글보다
이런 필부들의 소원을
그려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