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몇개와 제습기 하나를 넣고 나니 창고가 넘쳐났다.
이케아에 가서 철제 선반을 사서 교자상을 뺀 자리에 넣었다. 교자상은 결혼할 때 언니가 사 준 거다. 당시는 집들이를 새댁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해서 교자상에 펼쳐놓고 손님초대를 했다. 신랑의 첫 생일에 시부모를 초청하고, 집들이를 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교자상을 펴고 남편 생일에 시부모를 초대한 적이 있고, 그 외에 집들이는 크게 했던 것 같지 않다. 큰 애가 서른살이고 올해가 결혼 삼십주년이니 몇 번 쓰지도 않은 걸 이사할 때마다 끌고다녔다. 얼마전 커버를 벗겨보니 나무가 갈라져서 쓸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근데 그걸 버리지 못하고 창고에 세워두고 있었다. 왜 버리지 못했을까? 첫째는 언니가 결혼할 때 사준거고, 둘째는 뭔가 제대로 쓰지도 못한 걸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교자상은 아마도 뭔가 끝내지 못한 미진한 내 과거의 삶처럼 느껴졌다. 손님접대도 잘 하고,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살지 못한 내 삶에 미련을 두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앞으로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걸까? 나는 여섯명이상의 손님을 초대할 일이 없을테고, 있다 하더라도 외식을 할테고, 집에서는 차나 마실텐데.
며칠간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고, 이것도 아기사랑 세탁기 배출신고 하면서 같이 배출신고를 해서 버렸다. 커버는 제습기랑 세탁기를 싸는데 썼다. 그 자리에 철제 선반을 조립해 놓고 수납을 하니 창고가 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