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주식투자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말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수치를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처음 투자에 관심을 가졌을 때,
저는 늘 하던 대로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관련 책 수십 권을 사서 읽는 것이 제 습관이었습니다.
주식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두 권,
그의 50강 교육방송.
그 시절 유튜브도 없었지만
그 강의를 몇 번이고 돌려보며 따라갔습니다.
재무 분석, 기술적 분석, 퀀트 투자,
군중심리, 역발상, 블랙스완 이론,
정규분포, 브라운 운동.
수백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수십 개의 유료 강의를 들었습니다.
엑셀로 백테스트를 돌리며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그 모든 지식과 노력의 결과를
가차 없이 되물었습니다.
2000년 IMF 위기.
2008년 리먼 사태.
2020년 코로나 쇼크.
세 번의 폭락.
저는 두 번은 시장을 떠났고,
한 번은 끝까지 버텼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이론은
그 순간 머릿속에서 증발했습니다.
화면에 빨갛게 물든 계좌를 보며
저는 온갖 핑계를 찾았습니다.
“이 정도면 바닥일 거야.”
“지금 손절하면 바보지.”
“언젠가 다시 오를 거야.”
군중심리가 위험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고점에선 군중의 일부가 되었고
폭락에선 그 군중 속에 파묻혔습니다.
아는 것과 인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당신도 그럴 겁니다.
군중심리가 위험하다는 걸 압니다.
무리하게 물타기하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분산 투자, 손절,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이 흔들리면
당신은 그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차트는 수없이 봤습니다.
재무제표도 분석했습니다.
백테스트도 돌려봤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그 모든 지식은
당신의 “합리화 도구”로 바뀝니다.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야.”
“이번에는 다를 거야.”
“내가 분석한 이 종목은 괜찮아.”
“이건 단기 변동일 뿐이야.”
당신은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자존심 때문입니다.
‘내가 틀릴 리 없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자존심을 봐주지 않습니다.
당신의 확신, 당신의 합리화,
당신의 자기 최면을
가차 없이 짓밟습니다.
저는 병동 회진 중이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평소 TV에서 트로트를 보던 환자들이
그날은 죄다 스마트폰으로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지금이 시장의 고점이라는 걸.
그리고 몇 달 뒤,
코스피는 곤두박질쳤습니다.
군중심리의 위험을
그때만큼 실감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군중 속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식은 행동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식은 위기를 견디게 해주지 않는다.
지식은 자기 확신에 더 교묘한 핑계를 붙여줄 뿐이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은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믿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당신은
위기가 와도
난 괜찮을 거라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당신은
이미 수없이 경고를 받고 있지만
‘나는 아닐 거야’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않습니까?
공부는 수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지식은 시장의 폭력 앞에선 속수무책입니다.
알지만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지금도 계좌창을 열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괜찮아, 다시 오를 거야.”
“이건 단기 조정일 뿐이야.”
“지금 손절하면 나는 바보가 되는 거야.”
그 말은
당신의 투자 인생을 망치는 주문입니다.
공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용기입니다.
시장에 맞서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착각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오늘 단 10분이라도
계좌창을 끄고
자신의 투자 기록을 냉정하게 다시 들여다보십시오.
수익과 손실의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당신의 합리화,
당신의 자기 최면,
당신의 자존심을 들여다보십시오.
그 순간부터
시장에서 살아남는 연습이 시작됩니다.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은 그걸 가르쳐 주려고
언제나 잔인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