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트레이닝 이야기
80년대 팝송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듯이, 한때 미국의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가수를 꿈꾸는 이들의 도전을 다룬 경연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경연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허각, 로이킴, 악동뮤지션, 백아연, 정승환, 그리고 이무진 같은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장르를 확장해 밴드, 뮤지컬, 힙합, 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수의 꿈을 꾸게 만들었다.
이제는 아침 방송에서도 노래 경연이 열린다. 가족 단위로 출연하여 남편, 아들, 엄마가 함께 나와 사연을 소개하며 감동을 전하는 모습도 흔하다.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정도 실력으로는 가수가 되기 힘들 텐데…' 진정으로 가족을 위한다면 다른 일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한때 취미로 실용음악학원을 다녔다. 주로 입시준비생들과 대학생들이 다니는 보컬 전문 학원이었는데, 그들은 가수나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세대 차이도 있었지만, 취미로 노래를 하는 나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낯설게 느껴졌다. 학원에서 나보다 노래를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조차도 아직 아마추어였지만, 나는 그들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대학생 이상인 친구들은 이미 무대에 서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원장님은 이들에게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지방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무대에 오르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들의 공연을 보며 '이게 진짜 프로의 수준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실력을 가진 그들도 대중에게는 아직 무명에 불과했다.
사실 처음에는 노래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1년 정도 연습하면 '히든싱어'나 '판타스틱 듀오'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볼 수 있지 않을까? 나름 노래 좀 하는데, 대충 배우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히든싱어' 김연우 편에 노래를 녹음해 올렸지만,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본방을 보니 나 같은 수준으로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웠다는 걸 깨달았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가수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이들뿐이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노래를 못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몇 달이 지난 후, 선생님께서 "3년 정도 열심히 연습하면 실용음악과 1학년 정도 수준은 될 거예요."라는 말을 하셨다.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정도도 잘 봐준 거라고 했다. 일주일에 2~3시간씩, 한 달이면 겨우 10시간. 학생들의 하루 연습량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3년을 해도 학생들이 몇 달 동안 연습한 양도 못 따라간다는 걸 깨달았다.
TV를 보면 지금 세상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싱어게인'을 보면 한때 유명했던 가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무명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가수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란 정말 어렵고, 그 유명세를 지속하기는 더욱 힘들다.
결론이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가끔은 공부가 차라리 더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부도 어렵다. 하지만 가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노력, 재능, 그리고 행운을 생각해보면 공부가 더 쉽지 않을까? 가수는 단지 노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장악하는 매력과 관객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가수.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