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코치 신은희 May 01. 2023

분노의 리듬학

분노와 불안의 발전적인 요소에 대하여

엄청 화가 나는 일이 있어

방문 꼭 닫고

헤드폰 쓰고

피아노를 두들겼다.


엄청 현란하고 전조가 많은

빠른 곡들을 미친듯이 연주하다보니

여전히 화는 나지만 점차 호흡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베마리아, 스프링 등

잔잔하고 발랄한 곡으로 넘어갔다.


문득 내 중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피아노가 있어 두들기며 해소할 수 있었던 시간들...


주일 설교말씀도 떠올랐다.

'내면의 부요함' 이라는 주제의 설교였다.

그 중 다윗과 사울의 이야기를 하면서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상처받으면 안되는 사람입니까?"

"........"

"우리는 상처받으면 안되는 사람, 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주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듣는 순간 '땡~~' 하는 울림이 있었다.

나는 참 깨지기 쉬운 사람이요,

보기와 다르게 초 초 예민한 사람이고,

자기검열과 자기비판도 심한 완벽주의자라

상처를 쉬이 받곤 한다.


돌아보니 그럴때마다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다.

난 상처받으면 안되는 사람이고,

합당한?대우와 인정을 받는 사람이고 싶다.

이 상황이 넘 실망스럽다.

늘 그렇게 더 스트레스를 쥐어짜온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생각해보면,

피아노를 잘 치게 된 것도,

글을 계속 써 온 것도,

드럼을 배운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모두 내 개인의 멘탈 관리를 위함이었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미술관가이드가  그랬다.

"현대미술~~이 작품들은 모두...전쟁 덕분에 발전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든 세계대전과 산업혁명 덕에 사람들의 관점과 접근방식이 달라진거죠."


나의 불안과 힘듦 덕분에

내 역량이 더 촉발된 건 아닌지...

여전히 건반을 뚱땅거리며 생각해봤다.


그리곤

아까보다 한층 사그라든 마음으로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으로

방을 나설 수 있었다.

아니, 한 발짝 다시 세상으로 나설 수 있게 되었다.


Thank you for the music !

매거진의 이전글 통증을 통해 나를 바라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