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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준 Jan 26. 2021

생활형 숙박시설

주거와 숙박 그 사이에서...

1. 

최근 업계에서 꾀나 임팩트 있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바로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해 주거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생활형 숙박시설은 법의 취지와 다르게 또 다른 이름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즉 주거시설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즉 개발업자 측면에서는 분양을 통해 빠른 투자비를 회수하고, 소비자 측면에서는 1가구 2 주택 중과세에서 벗어난다는 이점이 상황을 이리 몰고 왔습니다. 


2. 

좀 더 고민해보면 '생활형 숙박시설'은 단순히 주거 허용 여부를 떠나 업계에 많은 질문을 던져주기에 충분합니다. 우선 국내에 여러 숙박업의 형태가 있지만 크게 관광진흥법에 의한 숙박업과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으로 양분됩니다. 여기서 생활형 숙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이고,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은 일반 숙박업과 생활 숙박업으로 나누어집니다. 사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숙박업인데 관련 부처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공중위생관리법 내에서도 일반과 생활을 나누는 기준이나 이유도 애매합니다. 의미 있는 차이점을 찾자면 객실 내 취사시설 설치의 유무입니다. 


3. 

과거로 시선을 돌려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흔히들 여관이라고 불리는 다소 소규모의 저렴한 숙박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숙박업으로, 좀 화려하고 규모 있는 즉 과거에 외국인들이 보기에 혹은 숙박하기에 적절한? 숙박시설은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숙박업으로 차별화를 두었습니다(물론 관광진흥법 내에 보다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당시에 '외화벌이'와 '관광진흥'이라는 의도와 법의 취지에 따라 숙박시설을 구분했던 이유는 유추할 수 있겠으나, 현재 일반 숙박업에서도 상당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숙박업이 나오고 관광진흥법 상에서도 소형호텔업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숙박시설을 규모, 질, 숙박객 등의 기준에 따라 나누고 규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4.

사실 생활형 숙박시설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년 전에 업계에서 크게 이슈화된 사건입니다. 흔히 '서비스드 레지던스'라고 불렸던 숙박시설이 그 주인공인데요. 1988년 스위스 그랜드호텔이란 서비스 레지던스가 오픈했었고 인사동의 프레이저 스위트가 일반인한테는 잘 알려져 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들은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기 숙박을 주로 하던 숙박시설이었습니다. 운영 측면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개발업자 측면에선 초기 분양을 통하여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었고, 수분양자 입장에선 타 부동산 대비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고, 고객의 입장에선 취사시설이 갖추어진 호텔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받아가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간 머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운영이 잘 된다는 가정하에 4개의 플레이어가 해피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5. 

하지만 이러한 시설이 증가하며 이들이 기존 호텔 수요를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그 마찰이 시작됩니다. 서비스 레지던스는 당시 분양이나 회원 모집이 되지 않는 관광호텔이 비해 여러 이점을 갖고 있었고, 이들도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장기를 넘어 단기 숙박에도 발을 담그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단기 부동산 임대업을 했던 거죠. 다시 말하면 어디까지를 장기로 보고 단기로 볼 것이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 달 이상 장박 손님들을 주로 타깃으로 영업하던 서비스 레지던스가 일반 호텔 손님까지 넘보게 되었고 호텔업계에서는 호텔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그 이유를 외부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호텔협회와 서비스 레지던스 간의 오랜 소송 끝에 2010년 대법원은 호텔협회의 손을 들어주고 끝이 납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0042517294178784&outlink=1&ref=https%3A%2F%2Fsearch.naver.com


6.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죠.  대법원 판결이 난 뒤로 수많은 서비스 레지던스는 불법시설이 되었고 이를 양성화시켜 주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생활형 숙박시설'이었습니다. 서비스 레지던스를 구분 짓는 주요 특징으로 상기에 언급했듯이 취사시설의 유무가 있었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특징은 바로 분양 여부였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의 서비스 레지던스의 양성화와 부족한 서울 시내 숙박시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개발업자들에게 분양이라는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공중위생관리법상의 숙박업을 일반형과 생활형 숙박시설로 구분하고 2011년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 즉 규모 있는 호텔의 경우 공정률에 따라 분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은 분양형 호텔이란 이름으로 서울뿐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에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때 개발업자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수분양자는 이러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이러한 호텔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이러한 계약은 호텔이 장사가 잘되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높은 수익률에는 곧 높은 리스크가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성실하지 못했던 개발업자도 있었고, 잘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로 투자한 개인들도 있었고, 운영을 충실히 하지 않았던 운영업자의 문제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 곳곳에 이러한 분양형 호텔들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7. 

이러한 분양형 호텔은 여행과 관광이 활성화된다면 해결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호텔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숙박시설을 가장하여 주거시설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입장에서 1가구 2 주택의 중과세에서 벗어나 지방 도심 주요 지역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게 되고 개발업자들 사이에서 주거시설이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에 숙박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와 유사한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주거시설과 숙박시설은 어떤 면에서는 아주 유사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오랜 시간을 걸쳐 호텔업이라는 것이 있어왔고 또한 발전해왔던 것입니다. 한정된 토지라는 자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감대 있는 철학의 바탕 위해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현 자본주의 사회를 보다 건전하고 영속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이 또 다른 이름의 주거 시설로 활용? 된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의 조치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업계에서 당연히 예상된 문제였습니다.


8.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에어비엔비의 등장 이후로 현재 주거와 숙박의 개념이 모호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데 이를 무턱 되고 반대할 명분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기에서 언급했듯이 주택업과 숙박업은 많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주거와 숙박은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집에 손님을 초대하여 숙박을 시키면 바로 숙박업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를 사업화시킨 것이 바로 에어비엔비입니다. 유사 논리로 우버 경우도 본인 자가용으로 남을 태워 주고 일정한 비용을 지불받는 다면 이 또한 운수업 또는 택시업과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됩니다. 즉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로운 업의 정의가 필요하고 그 정의에 맞게 이를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정돈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생긴 다음에 법을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법의 선제적 조치를 통해서 사회 혼란을 최소화시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news.v.daum.net/v/cg4iqfWKQr?fbclid=IwAR17S86gPH7urChp9WWnlu08lanVLxllHljTI4NhngO4-fICoKr3QKSwm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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