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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ning Oct 13. 2021

일요일 침대 위의 대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

아이를 키우면서 각종 육아 컨텐츠를 접하다 보면 "대화" 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다. 

가족간의 대화,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말이다. 22개월 아이와 잠 들기 전 침대에서 오늘 어떤 하루였는 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 지, 재밌었는 지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한다. 


아직 22개월 아이는 "응" "붕붕" "많이" 라는 단어들로 본인의 하루를 알려준다. 아이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원시키면서 한번, 엄마가 퇴근해서 한 번, 아빠가 퇴근해서 한번, 잠들기 전 한 번. 같은 질문을 여러번 받는 셈이다. 조금은 대답하기 지겨울 수 있곘다:) 아이의 하루를 궁금해 하고, 아이의 하루를 이야기 하는 것. 점점 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 것이다. 아이는 학업에, 엄마와 아빠는 일에, 하루를 바삐 살다 보면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매일 침대 위에서 우리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 엄마의 지혜에 또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어렸을 때 평일에는 등교 준비, 학업으로 바쁘고, 또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늦게 퇴근하곤 했으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일요일 아침에는 안방 침대 위에 네 가족이 나란히 누워 담소를 나누곤 했다. 모이라는 말 한마디 없어도 한 명씩 한 명씩 들어와 자연스럽게 누웠다. 그리고 평일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 공유하고 싶은 내용들을 공유했다. 친구 이야기, 학원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여자친구 이야기까지도. 그리고 한명이 배고프다는 말이 나오면 일어나 아침 식사를 했었다. 


다른 가족들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니, 부모님께 이성친구 이야기는 비밀로 하는 경우도 많고, 형제 남매 자매끼리 이야기도 자주 하진 않았다. 왜 우리는 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래 이유들이 있었던 것 같다. 



[말하는 우리, 듣는 엄마아빠]

"아빠, 나 남자친구 생겼어" "엄마, 여자친구랑 영화보러 갔는데~" 라는 말을 했을 때, 엄마 아빠 중 한분이라도 "뭐? 학생이 무슨 이성친구야!" 라는 말을 하셨더라면 우리는 다음부터 이성친구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는 잘 들으시는 분들이셨다. 조언하지 않으셨고, 충고하지 않으셨다. 정말 우리와의 대화를 즐겁게 들으셨고 재미있어 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도 흥이 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습관적인 대화]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내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꽤 오랜시간 일요일 아침 침대 위 대화는 계속 되었다. 꾸준한 대화가 있었기에 삼십대가 되어서도 부모님과의 대화는 여전히 즐겁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대화를 잘 하고 싶다면, 아이가 어렸을 때 부터 대화는 꾸준히 심도 깊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도 엄마 아빠가 방문하거나 우리 네 가족이 모이면 세네시간 대화는 우습다. 정말 진심으로 재밌다. 예전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회사 얘기, 육아 이야기, 다른 아기들 이야기 등 주제는 정말 많았다. 지금도 엄마 아빠는 잘 들으신다. 잘 들으신다는 이야기는 충고, 조언, 잔소리를 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아빠가 습관처럼 많이 하시는 말씀은 "그래그래~!" "맞네~!" 다. 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신다. 하지만 모든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이라면, 강력히 이야기도 하신다. 그러면 나도 내 의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가끔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대화가 진정으로 좋다. 일방적이지 않은 대화. 한 명이 무조건 들어주거나 져야 하는 대화가 아니다. 


우리 아이도 나와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잘 듣는 연습을 할 것이다. 나에게 이러한 경험을 안겨주고 알려준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만약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살짝 엄마 아빠의 고민을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엄마 친구 OO알지? 그 친구가 일요일에 ~ 하자는데, 솔직히 엄마는 ~ 하거든, 어떡하지?" 엄마한테도 사적인 공간,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본다면, 아이들의 사적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 친구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 엄마도 친구가 있구나!" 생각 들면서 신선한 놀라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 정말 바쁘고, 우리도 정말 바쁜 하루들을 보낸다. 일요일 오전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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