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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비친눈 Mar 03. 2019

봄, 장미 한 다발

여섯 번째 재즈 이야기: Gadd A Tee?

Jazz Memory#006


"꽃 예쁘다. 잠깐 보고 가자."


경리단길 초입 길가 꽃집으로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총각, 꽃 좀 보고가. 여자 친구가 참 선하고 이쁘게 생겼네. 꽃다발 선물해주면 딱 좋겠어."


주인아주머니가 수완 좋은 말로 우릴 맞이했다. '그럴 생각이에요.'라고 속으로만 중얼거리면서 내색하지 않고 가게 앞을 형형색색 수놓은 꽃 이름을 물어봤다.


"요건 프리지아. 이건 수국이고, 저건 총각도 잘 알겠지만 장미야. 색이랑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이지."

"아, 그렇구나. (고개를 여친한테 돌리며) 어때?"

"다 너무 예뻐. 근데 잘 모르겠어."


여자 친구는 날 슬쩍 한 번 보더니 무심한 척 발을 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지만 그렇기에 마음을 굳혔다.


"이모, 제 여자 친구한테 어울릴만한 걸로 추천해주세요. 꽃 한 다발 사게요."


꽃집 이모는 쾌재를 부르며 영업을 시작했고, 여친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동그래진 눈을 하고 팔짱 낀 내 오른팔을 살짝 흔들었다. 말은 괜찮다 하면서도 눈가와 입가에 기쁨이 어렴풋이 흘러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나 보다.


"아무래도 나 보기엔 여자 친구한테는 장미가 좋아. 아가씨가 이 중에서 직접 골라봐요."


한 이삼 분 말없이 옆에서 꽃을 고르는 여친을 바라보았다.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딱 평소의 그녀 모습이었다.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장애가 생기는 그녀. 이것저것 훑어보다 그녀가 날 보았다. 더 놔두면 힘들어할 걸 아니까 좀 거들었다.


"이건 너무 크네. 저건 색이 좀 안 내키고. 음, 요건 크기도 적당하고 색도 예쁜데 말리면 검해져서 왠지 별로일 거 같아."

"아따, 이 총각 되게 까다롭네. 이거 괜찮아. 말리면 색이 이거보다 더 진해질 뿐이야. 그리고 향도 은은하게 오래가."

"정말요? 꽃이 메마르면 보통은 잎이 좀 시꺼메져서 잘못하면 더러워 보이던데..."

"에이, 나 장사 한 두 번 했겠어? 내 말 믿어도 괜찮아."

"(여자 친구에게) 어때?"

"나도 사실 이게 좋은데... 빨리 시들까 봐..."

"이걸로 할게요. 이모 믿어야지. (여친을 보며) 꽃이 빨리 져 버리면 다시 사줄게."


꽃집 이모가 빙그레 웃더니 우리가 맘이라도 변할까 급히 꽃 한 움큼 끄집어 내 가위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왠지 꽃다발이 더 풍성했음 좋겠다 싶었다.


"에이~ 이모, 거 꽃 몇 송이 좀 더 넣어줘요. 그럼 현금으로 드릴게."

"이 사람 참내... 알았어. 좀 있어봐바."


말로는 투덜대었지만 기분 좋게 몇 송이 더 얹어주신다. 그 모습에 그녀도 나도 미소 지었다. 이모는 한글로 무늬 진 신문지로 마저 포장하더니 내게 꽃다발을 넘겨주셨다. 나는 그 꽃다발에 사랑을 얹어 그녀의 품에 안겨주었다. 표정이 없던 그녀의 얼굴에도 꽃잎이 물들여졌다. 많이 파시란 말과 함께 현금 삼만원을 이모에게 건네드리고 우리는 해방촌의 이쁜 골목을 좀 더 거닐었다. 겨울의 끝에 봄기운이 느껴지는 삼월의 어느 날이었다.




Introduction of Song

어느덧 2019년도 3월로 접어들었고 비록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이 그리 녹록지 않지만 바깥은 이미 봄기운이 만연하다. 일교차야 꽤 있겠지만 곧 있으면 거리의 벚나무는 봄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보다 활기차게 만들겠지. 그런 날에는 Trio Toykeat의 'Gadd A Tee?'가 떠오른다. 그리고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이 노랠 들으면 가끔 꽃을 받고 좋아해 주었던 그녀도 생각난다.


사실 이 곡 'Gadd A Tee?'는 재즈 드러머 Steve Gadd(스티브 갯)과 피아니스트 Richard Tee(리처드 티)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계절을 특정한 음악은 아니다. 솔직히 두 뮤지션은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나도 잘 모른다. 뒤에 물음표가 붙은 건 발음이 'Get a tea'와 유사해 '차나 한 잔 할까요?'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위해 붙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피아노 트리오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상쾌함과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리듬과 멜로디에 어쩌면 화창한 맑은 봄날을 떠올리는 건 당연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광고 음악이나 라디오 시그널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고 실용음악 전공자들의 연습곡으로도 많이 애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튜브나 네이버로 검색해보면 유독 이 곡을 카피한 동영상이 많다. 


Trio Toykeat은 핀란드 재즈 밴드로 유럽의 재즈 연주자들 가운데서도 대중성을 지닌 그룹이었다. 그들의 곡들 대부분이 편하고 밝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여러 매체를 통해 노출되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밴드는 2008년에 해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도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이들의 음악이 아직도 사람들의 귓가에 맴돈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내가 추천하는 Trio Toykeat의 다른 곡은 'End of the first set'이다. 이 곡도 'Gadd A Tee?'와 마찬가지로 통통 튀는 발랄한 곡으로 역시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잠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차 한 잔 하면서 두 곡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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