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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Aug 10. 2020

비가 오는 날이 좋아질수도

목 높아 부른 폴킴의 비를 들으며

개인적으로 나는 비가 오는 걸 싫어한다. 비가 내린다고 하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설사 나가더라도 최소한의 범위로 비가 오는 것을 피해서 다닌다. 빗소리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비가 내리는 걸 바라보면 기분이 좋은 사람도 주변에 있지만 여전히 나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감성이 부족했던 것일까, 비가 오면 금세 젖어버리는 신발과 우산을 써야 하는 나의 노력들이 먼저 떠오른다.


오늘도 역시 아침의 비가 내렸다. 출근길에 우산을 들고나갔다. 하늘의 구멍이 났는지 비는 하염없이 계속 내렸다. 항상 지나가는 다리 밑에 공원은 물로 흔적을 지워버렸다. (물 사이로 오리가 헤엄치고 있는 걸 보고 피식했다) 걱정도 잠시 회사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유독 한 번 건물에 들어오면 밖을 나가지 않는 터라 오늘도 이 곳 던전과 같은 회사에서 나가지 못함을 직감한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저녁 6시가 되었다. 팀원들은 퇴근했고 야근러들은 모여서 저녁을 먹는다. 빠르게 먹고 그들은 다시 던전(회사)에 입장한다. 게임도 물약을 먹는 시간이 빠르듯이 야근러들은 밥도 빨리 먹는다. 나 또한 밥을 먹고 자리에 돌아왔다. 머릿속에는 온통 끝내야 할 업무 리스트 었지만 내 눈 앞에 보이는 비가 오는 여의도 뷰를 보왔다.

멍하니 보다가 찍은 저녁 9시 회사 전경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항상 보던 장면이었지만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은 더 특별해 보인다. 이상하게 오늘은 일이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에게 감성이 찾아온 것일까. 


이어폰을 장착하고 나는 집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나에게도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찾는 노래가 있었다.

폴 킴의 '비'


폴킴 - 비 

재빨리 유튜브 뮤직으로 노래를 듣고 나는 아침 출근길에 있는 다리를 건넜다. 내 옆에 차는 쌩쌩 지나가고 주변의 소음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이상하게 비가 오는 거리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썩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아무도 없는 다리에서 그것도 혼자. 큰소리로


집에 오는 길에 적잖은 아쉬움은 남았지만 순간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것에 이상한 기분이 든다. 

몸과 마음이 살짝 지쳤다고 생각했을 때 찾아온 나만의 위로 방식이었을까.

이상하게 비가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하게 알 수 없지만 신기하게 잠은 잘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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