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H Aug 25. 2021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23

허민 그 친구 믿을만합니까?

"왜 그러나? 당연하지. 그리고 본명으로 잠입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야."

"저... 기 경무관님 영화 신세계 보셨죠?"

"응 봤지. 경찰뿐 아니라 한국 사람 중에 안 본 사람 있나?"

"막판에 이정재가 배신하면서 다 나가리 된 것도 아시죠?"

"응, 알지. 왜 뭐가 잘못되었나?"

"아뇨... 이런 일은 그냥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 같아서요."

"자네는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의심이 많군. 이정재가 왜 배신했다고 생각하나?"

"뭐... 최민식 씨가 항상 마지막 일이라고 하면서 결국 마지막 일이 아니었잖아요. 그 안에서 스트레스도 상당했고, 조직에서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황정민이 연기한 정천도 걸걸하긴 해도 그 바닥에서 실력 있고 정이 있는 캐릭터잖아요."

"다양한 해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강 과장의 강압적인 스타일과 그 가족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하네."

"일이야 각자 방식이 있는 거죠. 그리고 가족도 사실 조작된 가족이었잖아요. 강 과장이 이자성 감시하라고 포섭한 인물이죠."

"진부할지도 모르지만 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믿네.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자식이 유산되면서 무엇을 위해야 할지 알게 된 것이지."

"그럼, 결국 정의롭지 못한 인물이네요. 조폭들하고 살다가 경찰을 죽이고 조폭이 되어 버렸으니"

"그건 단편적인 것이지. 최고 자리에 올랐으니 그 자리에서 조직을 바꾸거나 나쁜 일을 하지 않게 했다면 사실 교도소 자리도 부족한데 오히려 사회를 위한 정의를 더 구현했다고 볼 수 있지."

"그렇게 따져보면 나중에 처벌받을 사람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자성은 어떤 인물이지? 단편적으로 보면 조폭이고 영화 마지막에 정천과 함께한 씬은 형사 처벌감이지. 잠입 경찰이라고 해서, 대의를 위한다고 해서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과의 구분이 정의의 기준이 아닐까요?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싸움에 탁월한 자에게 폭력은 유희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 마지막에 이자성이 웃는 신을 보면 꼭 하기 싫었던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흠... 정말 어려운 문제네요. 부패 경찰들도 워낙 많으니..."

"그래서 일정한 선이란 게 있는 것이야. 정의와 불의를 나누는 것도 사회적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기준과 우리네 문화가 있듯이 일정한 선이란 게 있어. 그래서 우리가 저 놈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야.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다느니,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한다느니,  나중을 위해서 그랬다느니 하는 변명은 필요 없는 것이야. 박정희, 전두환 때 그 누구보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사람 잡아다가 누명 씌우고 고문해서 사람을 죽이거나 헬기에서 사격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그래도 굶어 죽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으면 대단한 것은 맞죠. 이미 먹을 게 없어서 인육을 먹는다는 사실이 메이저 뉴스에 보도되었었습니다. 지금은 언론 플레이에 잘 사는 동네만 비춰주겠죠."

"돼지우리에 키우는 돼지들도 다 먹이를 주고 살려주니 대단한 것이겠지. 사람은 사람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야. 그 자리에 꼭 그런 리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리더가 올 수 도 있어. 우리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자리에서 정치를 한다면 그 사람들보다 못할까? 잘할까? 혹시, 그런 리더가 아니면 오히려 사람들이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찾아다닐 수 있도록 뭔가를 만들지 않을까?"

"어려운 시기에 있었던 사람들이고 그런 리더이기에 그런 과정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맞아. 내가 극 중 강 과장이란 다른 건 이런 이야기를 자네와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분위기도 만든다는 것이지. 어려운 시기라고는 하나 잘못된 것은 그렇게 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결국 알고 있는 것이야. 지난 역사를 보면 영생하며 신과 같이 살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

"요즘 세상에서 정의를 말하기는 어렵다고들 하지. 너무나도 복잡하니까. 그러나 그 삶을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다면 그 사람의 삶은 맞다. 우리가 백 대표를 잡아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야."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짐 캐리 영화 트루먼 쇼처럼 삶을 방송할 때 거리낌이 없으면 되는 거네요. 물론, 트루먼 쇼처럼 직접 방송을 하지 않더라도 만약 그렇게 했을 때 범죄가 아니면 괜찮은 것이군요."

"자네가 그 영화를 다 아는가? 그래. 집에서 야동 보면서 자위를 하다고 해도 사람이라면 저럴 수 있지 하고 이해하는 것이지. 물론, 그것 의도적을 방송하면 안 되는 것이고. 야동이 아동 포르노면 문제가 되는 것처럼"

"하하. 경무관님도 참. ㅈㄴ 너무 그런데요."

"자네 ㅈㄴ라고 했나? 하하. 우리 파트 사람 다 되었군. 그래. 아무튼, 결론만 이야기하면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기획하는 게 아니네. 잡아야 할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에 접근하고 싶은 인물을 자발적으로 선출한 것이네. 자네도 그러게 합류를 하게 된 것이고. 자네한테 말할 시간이 없었지만 칩입 후 계획은 직접 짜는 것이네. 자는 단지 믿을 뿐이고."

"엥? 그렇게 해도 돼요?"

"헬기 레펠 할 때 밧줄이 끊어질 거라 생각하면 안 타는 게 맞고, 믿는다면 무서워할 필요 없어. 놀이기구 탈 때 그 기구를 못 믿으면 안 타는 게 맞지."

"그래도 놀이기구는 무서워요."
"보통은 연습이 필요한 게 자네들은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잘하리라 믿어. 믿지 못하면 이 일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

"네. 그래서 허민을 믿느냐는 질문은 할 필요가 없었던 거네요."

"그래. 못 믿으면 같이 일 못하는 것이니. 자네도 언제든 이 프로젝트에서 빠져도 되네. 불이익은 없을 거야. 요샌 논리가 통하는 세상이니까."

"네! 그럼 그냥 믿고 가겠습니다!"


야 허민, 아니 이제는 허과 장인가?


"그럼 저 정말 과장되는 건가요?"

"그래. 인마. 우리랑 여기 오면 다 과장되는 거야. 몰랐어? 어이 백 대표 설명 하나도 안 했구먼"

"...... 여기 온 것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

"야야 마셔 바텀 업(bottom up)! 쭉쭉 들이키라고..."

"기자님 킹조지 5세를 물처럼 드시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 마시라고 만든 건데 마셔야지. 홍사장! 좀 더 가져와봐."

"꺄르르르 어이쿠. 김. 은. 누 기자님. 오늘 많이 취하셨네요."

"크큿. 백 대표님. 재미있는 친구를 데려왔네. 천하의 김은누 기자님께서 저렇게 취할 때까지 저 오빠는 얼굴색 하나 변함없네요."

"그러게 저 친구 저렇게 술이 쌔면 안 되는데 말이지. 보통 저런 친구들 섞어서 마시면 가니까 알아서 해봐"

"네 걱정 마세요. 바티칸 킹덤에서 가져온 마법약을 좀 써보죠."



이 새끼들 애한테 마약을 먹였네.

"네...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이 새끼 들은 약이랑 술 먹여서 믿음을 확인하는군. 마약까지 쓰는 새끼들이면 확실히 냄새가 나는데요?"
"그래... 자네가 술자리에서 우리와의 단서를 말했을만한 확률은?"

"제가 술이 쌔긴 하지만, 왠지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세운상가 도청기를 양복 안 주머니 뒤쪽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서 내부에 심어놨었습니다. 같이 확인하시면 됩니다."

"캬... 경무관님 이 친구 엘리트는 엘리트네요."

"그럼 확인해볼까?"

띵똥띠리동똥

"전화받아"

"네 허민입니다."

"야 너 오늘 출근 안 한다며 뭔 일 있냐?"

"아... 몸이 좀 안 좋습니다."

"너 어제 백대 표랑 술 마셨지?"

"아뇨. 술 마신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나요?"

"왜 경영기획실에서 네가 출근 못한다는 통보를 하는 거야. 나한테 전화했어야지"

"아 제가 폰을 잃어버려서 회사 대표 전화로 전화해서 그쪽으로 통보되었나 봅니다."

"아 그래? 흠... 알았어. 내일 보자."

"네 팀장님"



"야 허민이 뭐라고 하디?"

"똑똑하긴 똑똑하던데요. 0.1초 망설임도 없이 다른 변명거리를 말하더군요. 확실히 머리 회전이 빠르긴 한가 봅니다."

"그렇군. 그때도 꽤 취했을 텐데 내가 잠깐 말한 지시사항도 놓치지 않는군. 좋아. 그 친구라면 믿을 만 해. 당장 퇴사 처리하고 내일부로 R2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알려주게."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

.

.

"야... 김은누. 넌 뭔데 이름이 은누야.... 이름 참 ㅈ 같네..."

"아니 이 새끼가. 막 하네 크크크. 야 인마 은 누가 어때서 이 새끼야. 니 이름보다 백배는 낫다"

"제시. 백 대표님 옆에만 있지 말고 이쪽으로도 좀 와봐~"

"어이! 허민. 적당히 해!"

.

.

.

"야... 이거 재미있는데 그런데 허민 너 업소도 좀 다녀봤냐?"

"예. 군대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는데 포주도 있었습니다. 이 쪽 세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내용 보니 완전 패밀리인데? 그런데 제시 이야기 나오고 난 뒤로 백 대표 나간 거야? 이거 문 닫는 소린가?"

"네. 그 전에도 선 넘는 질문들을 한 것 같은데 들으시는 목소리와 같이 분명 느낌도 다정다감했거든요. 제시 이야기 나오고 난 뒤로는 진짜 화를 냈네요."

"흠... 그래. 이 여자를 포섭하면 정말 많은 것을 알 수도 있겠군."

"아 그런데 쉽지 않을 겁니다. 제가 킹조지 5세, 조니워커 블루, 그리고 분명 밸런타인 시리즈로 마시고 있었는데 기억 안나는 시점이 홍사장 들고 온 술 시점이 아니라 이 친구가 들고 왔었던 발렌 30년 산 마시고 난 뒤거든요."

"그래? 술이 많이 되어서 그런 건 아니고?"
"어우 참 전 술 마셔도 블랙아웃 없습니다. 다 기억합니다. 분명 이 술 마시고 기억이 끊겼어요."

"흠... 그렇다면 쉽지 않겠군. 우선, 이 여자 신상 좀 알아보고 감시를 붙여야겠어."


저기... 경무관님.

"왜 그러나? 박 경위?"

"건물 지하라서 감시도 안될 텐데 제가 잠입해 보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