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不醉不歸>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
- 허수경, <不醉不歸> 중에서
마음을 놓는다는 건 무엇일까.
(시에서는 '마음을 놓아보낸'이라고 표현했지만,
어쩐지 내 입에서는 '마음을 놓다'라는 말로 계속 맴돈다.)
마음을 놓다.
그건 마음을 어디에 놓았느냐에 따라
어디에 서서, 어디를 바라보며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테다.
- 마음을 내가 있던 자리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는 떠난다)
- 마음을 저멀리 떠나 보낸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남아있다)
- (불안하게 떠있던) 마음을 제자리에 둔다 (두 손으로 가슴께를 쓸어내린다)
나는 어떤 마음을 어디에 놓았는가.
나는 그 마음을 향해 서있는가. 등을 돌렸는가.
마음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마음이 들어찼는가.
여운만 남아있는가.
그 조차도 없는가.
비어버린 마음은 마음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만족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