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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비 Mar 09. 2021

좋은 동료와 일을 한다는 건

그리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선임님, 철수하시기 전에 같이 밥 한끼 해요.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우리가 바쁜 건 일을 하려고 하는거잖아요, 일다운 일을. 그런데 일을 하면 어떤 사람들하고 일을 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한데, 좋은 사람들하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참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일이 이렇게 마무리가 된 것에 대해서 마음이 많이 좋지가 않네요. 제가 좀 더 잘 챙겨드렸어야 하는데, 많이 후회가 돼요.


저랑 둘이 먹는게 불편하시면 다른 분 같이 불러서 오셔도 돼요! 그러니까 꼭 철수 전에 같이 저녁 먹어요. 참, 선임님 소주는..드시죠? 아예 못드시나요? 아... 화요만... 드신다구요. 하하, 알겠습니다! 내일 뵙죠!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통뿐인 직장생활을 그나마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마른 가뭄의 단비에 비견될 만큼 소중한 '좋은' 동료다. 그렇다면 '좋은' 동료는 어떤 사람인가요?


'좋은' 사람, '좋은'동료는 단순히 나와 친하고 말이 잘 통하고 직급이 비슷하고 업무가 비슷한 기준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이유 없이 비협조적이지 않으며, 주어진 업무 범위에서 협조적이며, 요청한 업무 회신 기한을 준수하며,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 보다는 수습이 우선임을 알고있는 사람일 것이다. (작은 기준은 사람마다 대동소이 하겠지만, 이 내용이 보편타당하다는 점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도 운이 따라주어야 하는 일이지만, 내가 동료들에게 '좋은' 동료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 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좋은' 동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 역시 쉽게 겪을 수 없다. 각자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좋은' 동료가 한 명쯤은 있었겠지만 (없었다면 정말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군요) 혹시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어 본 적이 있었나요?


대리님은 참 좋은 동료예요.
팀장님하고 같이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워요.
수석님 곁에서 일을 배울 수 있어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라는 말을 꺼내는 것 조차 어려운 분위기가 있을 수도 있고, 말이 담고있는 의미가 낯부끄러워 입으로 또는 메신저로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잘 모르는 동료인데 이런 말을 건넷다가 괜한 오해라도 살까 싶고,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은 자청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바꾸어 조심스레 건넨다. 그저 내가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는 말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 돌아온다. 


나는 운 좋게도 지금까지 여러 업종의 회사를 거치면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왔고, 어떤 곳에서는 끔찍할정도로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동료를 만나기도 했다. 매운맛 순한맛을 번갈아 겪다 보니 '좋은' 동료의 소중함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머리에 적은 에피소드가 너무 소중하고 소중했다. 


제가 철수하기 전에 제대로 한번 얻어먹어보겠습니다! 각오하세요! 감사한 만큼 마시겠습니다! 적 ㅅ 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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