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보다 '그럴 수도 있지'가 더 풍요롭다는 것.
사람들은 다들 완벽한 것들을 선호한다.
적어도 '이왕이면 모자란 것보다야 완벽한 게 좋지!' 하며 산다.
난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더 지독하게 완벽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왕이면'보다 '그럴 수도(모자랄 수도) 있지'가 더 풍요롭다는 것을 배운 하루였다.
콩이와 까꿍이를 차로 하원을 시키고 아파트로 들어서는데 단지 내 수요장터가 섰다.
콩이가 최애 간식을 찾았다.
"할머니, 떡꼬치 사 먹어요??"
"그럴까? 오랜만에 우리 먹어 볼까?"
"네!!"
합창하듯 대답하는 두 녀석들이 이쁘긴 하지만, 두 녀석 다 따라나선다고 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콩아! 콩이는 고모랑 차 안에서 있을까?"
"응!"
콩이가 부쩍 컸다는 생각이 드는 게 예전만큼 떼도 안 부리고 이것저것 살피며 나름 배려라는 걸 해주곤 한다.
"고모, 이거."
콩이가 건넨 노트를 받아 들었다.
"우아! 콩아!"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 보며 감탄사를 발사해주었다.
"고모, 나 잘했지?"
"응, 콩아! 너무 멋지다."
"친구들 중에 서령이가 제일 잘했는데 고구마 쓸 때 구를 잘못 써서 100점 못 받았고, 그래서 나만 다 100점이야."
"우와! 그래? 그럼 앞으로 계속 100점 받으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가야겠다, 그치?"
난 정말 나답게 말을 했다.
"어?"
"앞으로 계속 100점 받으려면!"
"에이, 고모! 계속 100점 안 받아도 돼. 틀려도 되는 거지. 틀릴 수 있지이!"
'헉!'
나는 나의 어리석음에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어, 콩아. 콩이 말이 맞아. 고모가 잘못 생각했어. 콩이가 맞아. 틀려도 되는 거지."
나는 재빠른 인정을 선택했다.
"고모가 계속 100점이라고 써있는 콩이 노트를 보고 욕심이 났던 거 같아."
"욕심?"
"응, 계속해서 100점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아하! 그렇구나."
"고모가 잘못 생각했어. 미안."
"에이, 미안할 건 없지. 고모? 그럼, 고모의 그 욕심은 착한 욕심이겠다. 그치?"
콩이와의 대화에서 나는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콩이를 보며 인생의 한 수를 또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