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가족 구성원으로서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집 보물 1호 2호 3호는 더 이상 케어만을 해야 하는 아가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제법 가족 구성원으로서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주말에 시골집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비워놓아서 여기저기 손 볼 구석이 많은 듯했다. 10년 넘게 비바람 막아주던 데크 위 카페도 낡아서 뜯어 내고 새로 만드는 작업까지 해야 해서 요번 봄단장은 판이 컸다.
편의점 교대하고 들어가는 동생 내외와 조금 늦게 합류했더니 이미 부산한 하루가 될 판이 벌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위쪽 창고 옆 가로등을 수리하고 계셨고, 아이들은 한바탕 이른 물놀이로 옷을 다 버리고 욕조에 잡혀 들어가 있었다.
이럴 때면 나는 우리 집 공식 술상무가 된다.
맥주캔 하나와 종이컵 몇 개, 그리고 스낵 하나를 들고 아버지 계신 곳으로 올라갔다. 스낵은 최대한 숨겨서. 그래도 어떻게 아는지 샤워를 마친 콩이와 튼튼이가 알아채고 따라붙었다.
"너희들, 왜? 왜 고모 졸졸이야?"
그들은 다 알았다는 듯이 크크 웃으며 말했다.
"그냥!"
그렇게 넷이서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창고에 있던 상자로 미니 테이블을 만들어 한 면씩 차지하고 앉아 주거니 받거니 물과 맥주를 따라 '짠'까지 한다. 콩이와 튼튼이도 부산 거리지 않고 오래 앉아 이제는 제법 술친구가 되어준다.
"아하, 여기 앉아서 보니 물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좋구나."
할아버지는 맥주 한 잔을 들이켜시고는 멀리 내려다보시며 말씀하셨다.
"네, 할아버지. 마음이 시원해요."
콩이가 나 대신 제법 꿍짝을 맞추는 답을 했다.
캔 하나가 떨어질 때쯤 한 캔씩 들고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런저런 대화로, 웃음으로 기분 좋은 시끄러움이 시작되었다.
부끄러움이 많아 율동 시간에 전혀 움직임이 없다는 콩이에 대한 이야기로 한바탕 떠들썩했더니, 안주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아, 튼튼이가 지 아빠 닮았다 닮았다 했는데, 이거까지 닮을 줄이야."
나의 말에 식구들은 '뭐?'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지 아빠도 안주빨이더니, 튼튼이도 안주빨이었어."
튼튼이는 마지막 스낵을 집더니 씨익 웃어 주었다.
안주빨이 뭔지, 고모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는 듣고 웃은 걸까?
안주빨이 뭔지 알고 모르고가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자리의 분위기를 알고, 함께 웃고, 가족 구성원으로 행복을 함께 쌓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웃고 마시는 동안 아직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성격상으로도 오래 못 있는 까꿍이는 주변을 콩 튀기듯 왔다 갔다 하더니 유채꽃 두 송이를 꺾어와 지 엄마한테 내밀었다.
"엄마, 내 선물이야." 하면서.
"나머지 한 송이는 누구 줄 거야?" 할머니가 물으셨다.
그 말을 들은 까꿍이는 씩 웃고는 식구들 둘레를 한 바퀴 돌더니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꽃을 건네받은 할아버지는 진심 환하게 웃으셨고, 내심 나거니 했던 나는 까꿍이에게 항의했다.
"어우야, 고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