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야 Aug 18. 2021

틀려도 되는 거지. 틀릴 수 있지이!

'이왕이면'보다 '그럴 수도 있지'가 더 풍요롭다는 것.

사람들은 다들 완벽한 것들을 선호한다.

적어도 '이왕이면 모자란 것보다야 완벽한 게 좋지!' 하며 산다.

난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더 지독하게 완벽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왕이면'보다 '그럴 수도(모자랄 수도) 있지'가 더 풍요롭다는 것을 배운 하루였다.




콩이와 까꿍이를 차로 하원을 시키고 아파트로 들어서는데 단지 내 수요장터가 섰다.

콩이가 최애 간식을 찾았다.

"할머니, 떡꼬치 사 먹어요??"

"그럴까? 오랜만에 우리 먹어 볼까?"

"네!!"
합창하듯 대답하는 두 녀석들이 이쁘긴 하지만, 두 녀석 다 따라나선다고 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콩아! 콩이는 고모랑 차 안에서 있을까?"

"응!"
콩이가 부쩍 컸다는 생각이 드는 게 예전만큼 떼도 안 부리고 이것저것 살피며 나름 배려라는 걸 해주곤 한다.

"고모, 이거."

콩이가 건넨 노트를 받아 들었다.

"우아! 콩아!"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 보며 감탄사를 발사해주었다.

"고모, 나 잘했지?"

"응, 콩아! 너무 멋지다."

"친구들 중에 서령이가 제일 잘했는데 고구마 쓸 때 구를 잘못 써서 100점 못 받았고, 그래서 나만 다 100점이야."

"우와! 그래? 그럼 앞으로 계속 100점 받으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가야겠다, 그치?"

난 정말 나답게 말을 했다.

"어?"

"앞으로 계속 100점 받으려면!"

"에이, 고모! 계속 100점 안 받아도 돼. 틀려도 되는 거지. 틀릴 수 있지이!"

'헉!'

나는 나의 어리석음에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어, 콩아. 콩이 말이 맞아. 고모가 잘못 생각했어. 콩이가 맞아. 틀려도 되는 거지."

나는 재빠른 인정을 선택했다.

"고모가 계속 100점이라고 써있는 콩이 노트를 보고 욕심이 났던 거 같아."

"욕심?"

"응, 계속해서 100점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아하! 그렇구나."

"고모가 잘못 생각했어. 미안."

"에이, 미안할 건 없지. 고모? 그럼, 고모의 그 욕심은 착한 욕심이겠다. 그치?"


콩이와의 대화에서 나는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콩이를 보며 인생의 한 수를 또 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할아버지. 마음이 시원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