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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툐툐 Jan 12. 2020

회사 여섯 곳 면접 후 자아성찰과 단상. #04

 

퇴사 결심, 퇴사 직후, 퇴사 후 3개월, 총 3편의 일기를 쓴 후, '그래! 나만의 보폭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조금 편해졌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최근에 면접을 본 후에 쓸데없는 생각과 필요한 탐구가 뒤섞였다. 그중에서 쓸데 있는 것만 추려내야 한다. 나를 위해서.


그동안 정신과 육체에 쌓인 독소를 빼면서, 틈틈이 구직 활동도 병행했다. 퇴사 전까지 합쳐서 총 여섯 군데 면접을 봤고, 각 면접 후에 느낀 점과 단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배가 부른 구직자의 근거 없는 자신감, 그리고 을의 입장이라 슬픈 낮은 자존감, 지극히 나만의 주관이 여기저기 뒤엉켜 있음을 감안해주길 바란다.




1. A 회사

직무뿐 아니라, 전문 분야도 중요


A는 스타트업 세계와 해당 업계에서 매우 핫한 곳이다. '서류 통과가 되긴 할까?' 반신반의하면서 접수했는데 며칠 만에 연락이 와서 매우 기뻤다. 인사팀은 통화 후에 바로 이메일로도 관련 내용을 보내주었다. 쌍방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과정이 맘에 들었다. 서류와 면접뿐 아니라, 면접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채용자가 구직자의 성향을 판단하듯이, 동시에 구직자도 회사를 가늠할 수 있다.


1차 면접은 팀장과 1:1로 진행됐다. 나의 커리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내가 해온 업무는 인물 취재, 정보성 기사 작성, 기업 웹진 운영, 영상 기획 위주이고, 그 회사가 원하는 직무는 서비스의 상세페이지 구성과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특정 상품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매거진 스타일의 상세페이지를 추구하는 점에서 회사의 니즈와 나의 커리어가 일맥상통했지만, 내가 해당 업계의 지식과 경험도, 그와 관련한 간접적인 관심도 모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애매한 매듭을 풀어보려 했지만, 결론은 좋지 않았다. 일해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해당 분야를 잘 몰라서 아쉬웠다. 직무 커리어뿐 아니라, "어떤 분야" 전문가인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2. B 회사

돈 벌기 빡센 건 나도 알아요

그래도 희망과 용기 한 숟가락만


테크니컬 라이터라는 직무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정확한 팩트와 논리에 맞는 맥락을 추구하는 텍스트를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전화 면접을 하면서 동시에 과제도 진행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것은 모두 밤 11시에서 자정쯤까지 이어졌다. 저녁에 온 이메일을 늦게 봐서 늦은 저녁에 연락했더니, 당일 밤에 면접과 과제 진행까지 이뤄진 것이었다. 얼떨결에 1차 면접과 과제를 끝냈고, 2차 과제를 제안받았다.


해당 직무는 한국에선 보편적이지 않아서, 적합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고, 어떤 기준으로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업무는 굉장히 빡셀 것이라는 코멘트도 들었다. "나와의 면접 후에 다른 업무가 있다"는 하소연, 또한 "지원해줘서 고맙다"며 "2차 과제도 해볼 의향이 있으면 연락 달라"며 대표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2차 과제를 하지 않겠다"고 연락했다.


이 회사를 면접 볼 때 내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었을 때라, 아쉬울 게 없어서 그랬을까.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아서일까. 회사가 얼마나 바쁘고 여력이 없으면 그 시간에 면접을 강행했을까 싶어서 겁이 나서일까. 게다가 면접 때부터 회사 업무가 매우 빡세고 야근도 많이 한다고 말하는 대표의 의도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feat. 스카이 캐슬)"라며 겁을 주며, 혹시 내가 입사한다면 "내가 그때 이미 다 말했지, 그러니까 힘들어도 닥치고 참아" 이런 심리일까?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업무가 적지 않겠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직무와 업계"이며, "입사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으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희망 한 숟가락만 더 줬다면 좋았을 듯하다. 돈벌이가 쉽지 않다는 것은 나도 충분히 안다. 빡센 상황을 같이 극복해갈 듬직한 상사이자 둥지인지, 그 업계에 대한 애정과 성장 가능성도 같이 증명해줬으면 좋겠다. 구직자한테만 "너의 역량과 성향을 보여줘"라며 일방적으로 증명해내라고 하지 말고. 앞으로 면접할 때는 내가  업계의 비전과 직무  회사의 장점을  물어봐야겠다.




3. C 회사

절실함을 보여줘


인공지능 작가라는 직무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IT 전문지 기자 경험이 떠올랐다. 이 경험과 다른 나의 커리어를 잘 버무려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이전 회사를 퇴사한 바로 다음 날에 면접을 봐서 그런 걸까. 부담 없이 면접을 봤던 탓인지, 그 회사 담당자는 내가 절실해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호기심만으로 입사해서 교육을 조금 받고 금세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는 마지막 말을 전했고, 면접 다음날 공손하게 불합격 문자를 보내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절실한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커리어 중 해당 직무와 연관된 부분을 강조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상세하지만 너무 길지 않게 설명하기, 동시에 성과와 역량 곁들이기

- 지원한 직무를 얼마나 잘 해낼지 지난 커리어와 연결하기, 관련 성향도 가졌음을 설명하기

- 해당 분야를 깊이 알고, 관련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했음을 증명하기

- 면접자의 질문에 알맞은 사례를 적절하고 빠르게 떠올리기

- 초롱초롱한 눈빛과 미소, 차분하면서도 외향적인 면모 (어떤 채용자는 차분하고 내향적인 것을 선호하고, 어떤 채용자는 활발한 사람을 원하더라)




4. D 회사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은 담당자

연봉을 1/13으로 준다고?


병원 홍보팀 면접이었다. 동네에 있는 꽤 큰 병원이었다. 집과 회사 거리, 직무를 보고 지원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분위기는 생기가 없고 심지어 경직된 기운이 강했다. 아픈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그렇겠지. 그리고 사무직 직원도 데스크에 있는 직원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머리를 망에다 동그랗게 넣고 있었다. 자유복으로만 직장생활을 해왔던 나에겐 맞지 않는 환경이었다. 환자가 아닌 구직자로서 노동현장을 바라보니, 예전에 몰랐던 것이 보이고 느껴졌다.


게다가 병원장은 차가 막혀서 결국 나를 만나지 못했고, 해당 업무와 연관이 없는 조금 높은 사람이 부랴부랴 나를 만났다. 그 사람은 "이 업무를 잘 몰라서"를 되풀이하며, "저희는 연봉이 1/13로 나가요"라며 내가 제시한 연봉은 맞춰줄 수 없단다. 네....빠이. BYE.




5. E 회사

자기계발의 의지를 자극해줘서 감사해요


내가 커피 수업을 들을 때마다 연락이 오는 바람에, 담당자가 면접 일정을 잡는 데 나와 연락이 잘 안 돼서 답답했을 것 같다. 면접 현장에서도 이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점수가 좀 깎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후로는 잘 때 무음 대신 진동으로 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구직자는 연락을  받아야 한다!


전반적으로 면접 내용이 나쁘진 않았다. 단, 콘텐츠 담당자가 나 혼자라는 점이 좀 마음에 걸렸다. (독박 업무를 하라는 말씀이신지요..) 그 이유를 들어보니 콘텐츠 제작보다 데이터 분석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중시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객관적인 수치를 이용한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 마케팅도 평등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지 의문이 들었다.


백업해 줄 에디터가 전혀 없는 곳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시스템의 구멍이 보였다. 업무가 과부하 됐을 때, 글 1편, 취재 1건이라도 도와줄 다른 에디터가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말, 연휴, 저녁도 없이 일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에디터가 있어도 각자 프로젝트를 감당하느라 서로 안 도와주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팀원을 어떻게 구성하는 게 나은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번 면접을 통해 자신이 맡을 직무가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해당 회사의 주요 사업과 수익 모델이 무엇인지 알면 대충 감이 온다.


그리고 당시 면접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쉬면서 커피를 배우고 있으며, 영상도 배울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면접 담당자가 "이미 시작했어도 충분했을 시간인데, 왜 아직 영상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는가"하는 질문에 정곡을 찔리고야 말았다. 앗... 이런 점도 불합격한 요인이지 않을지 반성한다. 그래서 면접이 끝난 후 바로 영상 수업을 등록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회사와의 만남 덕분에 자기계발의 불꽃을 일으킬 수 있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해야 돈벌이를 할 수 있다.




6. F 회사

결혼하면 그만둘 거냐고요?

아아~ 내 나이가 어때서~ 여자인 게 어때서~~


"결혼하면 그만둘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잘 대응했다. 당장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런 질문을 난생 처음 들은 탓에 충격을 좀 먹었고 대놓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회사 관계자는 팀원들과 회사의 부족한 점을 적나라하게 말했다. "요새 애들이 원래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라는 것만 하고 새로운 걸 하려고 하지 않아,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정말 참담합니다". 게다가 나를 관리자로 뽑는 것도 아니면서, "회사 전체 분위기를 바꾸고, 전체 사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관리자 격의 파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요구와 의무와 책임만 떠넘기려는 걸까? 덜컥 겁이 났다. 기존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일개 사원이 어떻게 바꾸란 말인지.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경력직이기 때문에 회사가 바라는 점을 말했을뿐일 수도 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한 건지에 대한 고민, 사람과 회사를 첫인상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운 현실, 실제로 입사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사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두려움 등이 뒤엉켰다.




총 여섯 곳의 면접을 통해 깨달은 점을 모두 정리하니 내용이 생각보다 많다. A4 4~5장은 되는 것 같다. 하소연, 근거 없는 자신감, 진심 어린 자아 성찰, 쓸모 없는 경험에서 찾은 쓸모 있는 가치가 모였다.


경험은 자산이다. 그것을 어떻게 흡수하고, 그 후에 무엇으로 발전시킬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깨달은 점을 아래와 같이 다시 복습하며, 퇴사와 이직 일기 4탄을 마친다. 다음 일기는 자본주의 시장에 팔 수 있는 내 능력은 무엇인지(5탄), 이직한 곳에서 펼치고 싶은 것과 자기계발 계획(6탄), 궁극적으로 내가 나아가고 싶은 길(7탄), 이직한 회사에서의 1달(8탄), 이직한 회사에서의 3개월(9탄), 이직한 회사에서의 6개월(10탄) 등을 써볼까 한다.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가자!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자!


6곳 면접을 통해 깨달은 점

직무 커리어뿐 아니라,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도 중요하다

면접 때 그 업계의 비전과 직무 및 회사의 장점을 물보기

구직자는 연락을 잘 받아야 한다

자신이 맡을 직무가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인지 파악하자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해야 돈벌이를 할 수 있다

직원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회사에서 일하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절실한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커리어 중 해당 직무와 연관된 부분을 강조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상세하지만 너무 길지 않게 설명하기, 동시에 성과와 역량 곁들이기

     - 지원한 직무를 얼마나 잘 해낼지 지난 커리어와 연결하기, 관련 성향도 가졌음을 설명하기

     - 해당 분야를 깊이 알고, 관련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했음을 증명하기

     - 면접자의 질문에 알맞은 사례를 적절하고 빠르게 떠올리기

     - 초롱초롱한 눈빛과 미소, 차분하면서도 외향적인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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