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만큼 중요한 퇴사, 첫인상만큼 강렬한 마지막 모습
글은 나를 살리는 숨구멍이자
삶의 활력소
난 글을 좋아한다, 좋아했다, 아니 아직 좋아한다, 아 아닌가? 언제부턴가 글에 딱히 마음을 쏟지 않았다. 나를 위한 글을 한동안 쓰지 않았다. 밥벌이를 위한 글을 기계적으로 생산했을 뿐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사실일까? 정말 그렇다면 곤란한데.
어느덧 백수가 된 지 3개월이 지났고 2020년도 되었으니, 먼지 쌓인 브런치에 오랜만에 와봤다. 이게 얼마 만에 쓰는 일기인가? 6개월 만인 것 같다. 마지막 글을 쓴 게 무려 6월 24일이다. 그 일기에는 퇴사를 결심한 심정과 그동안 회사 생활을 통해 얻은 것이 담겨있다.
https://brunch.co.kr/@sharingmind/14
퇴사 의사를 회사에 정식으로 전한 후, 첫인상만큼 중요한 마지막을 위해 나아갔다. 맡고 있던 단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때를 퇴사 시점으로 회사와 협의했다. 거의 10장에 가까운 인수인계서도 작성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고 찬찬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퇴사한다고, 마음이 떴다고, 마지막이라고 해서, '대충, 막' 이라는 딱지가 나한테 붙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업무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고, 감정적으로도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내가 요청하지도 않은 실업급여를 회사 측이 먼저 신청해주겠다고 신경 써줬고,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입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며 퇴사 후에 나한테 알려주기도 했다.
같이 일했던 A 파트너사 담당자로부터는 '덕분에 웹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고, 좋은 소식 있으면 알려달라'는 메일을, B 파트너사 담당자로부터는 '다른 곳에 이직하면 꼭 연락 달라, 또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받았다.
퇴사를 돌이켜보며 글로 써보니 생각보다 뿌듯하다. 내가 나를 더 많이 칭찬해줘야 겠다. 백수 4개월차라 초조해지고 있는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야지. 다음 글에서는 3개월 동안 어떻게 쉬었고 무엇을 했는지 적어봐야 겠다.
내가 마무리를 썩 잘했구나.
참 잘했어요.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