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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러가자 Sep 17. 2023

똥 다 쐈어요

주말 아침 일상

이른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막내딸의 외침이다. 

토요일이라서 늦잠을 잔뜩 기대했던 아내는 잠깐 미동거리다가 내 어깨를 살짝 밀친다. 덕분에 비몽사몽 잠이 깬 나는 화장실로 부리나케 향한다. 이 집의 절대미녀마녀가 완전히 깨기전에 막내딸의 엉덩이를 물티슈로 닦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안그러면, 지 엄마 성격을 그대로 빼닮은 막둥이도 소리를 더 지를 것이다. 그러면 아내가 일어날 것이고, 투덜대면서 주말에도 육아에서 해방되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면서 내 잠도 거기에서 끝이날 것이다. 


"화장지가 없네" 


아직 7살인 막내는 첫째처럼 혼자서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지 못한다. 세상의 온갖 귀여움을 다 가지고 태어난 막내가 난처한듯 나를 올려다 본다. 


"화장실 서랍안에 있어"

(귀여운 목소리로)

내 곤란한 표정을 읽은 눈치빠른 막내는 뭉게구름같은 조막만한 손으로 위쪽을 가리킨다. 평소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내 성격에 맞게 서랍안에는 칼각으로 물에 젖는 물티슈가 다행히 비치되어 있었다. 이런 걸 볼때마다 덤벙대는 나로서는 아내가 존경스러울때가 있다. 

 

 나로서는 도저히 못하는걸 아무렇지 않게 뚝딱뚝딱 정리하는 볼 보면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물티슈로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닦은 후 변기에 버린 후 , 화장지를 두세칸 뜯어서 오줌을 닦고 버렸다. 


"아이~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왜~?" 


" 화장지를 10번째 칸을 뜯어 접어서 톡톡 부드럽게 닦아야 한다구"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눈썹을 찡그리고 입을 삐죽 내미면서 쭈꾸미 얼굴 표정을 지어보이는 막내딸이었다. 그러면서 투덜거리며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제사장의 행동처럼 자기가 화장지를 뜯어서 고이고이 하나둘 숫자를 세가며 접은 뒤, 변기에서 내려 정성스럽게 엉덩이를 닦는다. 그걸 다 보고있자니 시간이 참 느리게 가고, 실제로도 1분은 걸렸으리라.


 '이게 뭐라고, 얘한테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인모양인가보다. 저 나이때는 그런가?' 


아마 유치원에서 듣고 배운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막내딸의 엄격함이 대단해보이면서도 엄마2호로서의 자질이 벌써부터 충분해 보인다. 


" 아빠 다음부터는 꼭 이렇게 닦아줘야 해~ 알았찌? "


검은 눈동자가 한없이 반짝이며 부탁하는 막내딸이었다. 거절 잘 못하는 나로서는 하나의 규칙이 이 집에서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결혼 11년차인 이 가정에서 아내의 원칙만으로도 책 한권은 될 것 같은데, 엄마를 꼭 빼닮은 성격인 막내딸까지 이제 슬슬 규칙을 추가하기 시작하니 ~~~ 에구, 내 인생이야 ~~


그래도 통통한 엉덩이를 닦으면서도 똥냄새를 아침부터 참을 수 있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도 귀여운 막내딸의 고마워 라고 하면서 와락 안기는 애교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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